“구간설정위 생기면 노사 당사자 역할 줄어”
“핵심은 최저임금 제도가 아닌 재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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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이 정부가 제시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최저임금 처벌 강화·가구생계비 반영 등 노동계 쪽 의제를 포함한 최저임금 제도 전반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9일 오전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은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 안은 전문가가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결정하고 노사 당사자를 거수기로 만드는 개악 법안”이고 밝혔다. 아울러 최저임금위원회 협의를 거치지 않고 정부안이 먼저 발표된 것도 비판하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노사 의견수렴 절차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고 1월에 노사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구간설정위원회는 노사 추천 전문가로 구성되며 다음 해 최저임금의 상·하한선을 정하는 역할이다.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 대립이 심할 경우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상·하한선인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왔는데 이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노동계는 구간설정위원회가 생기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사 당사자의 역할이 축소된다고 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그동안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협상을 풀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구간은 노사 양쪽이 내놓은 제시안을 바탕으로 한다”며 “정부안은 이 과정을 삭제해 노사가 최초 제시안을 낼 방안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10년 최저임금위원회 논의 내용을 살펴보면, 사용자위원의 최초 제시안은 2009년에 -5.8% 삭감안, 2017년에 2.4% 인상안을 빼면 항상 ‘동결’이었고, 노동자위원들은 지난 3년 내내 최저임금 1만원을 최초 제시하는 등 큰 격차를 보여왔다.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을 포함한다는 내용도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 지불능력’을 고려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어떤 지표를 이용할 수 있을지 등 충분한 논의나 검토 없이 정부안이 발표됐다”며 “누구를 위한 ‘합리’이고 ‘객관’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노동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건 결코 아니다”며 절차에 맞게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자고 요구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뿐 아니라 최저임금 처벌 강화·가구생계비 반영 등 나머지 과제까지 함께 논의하자는 제안이다. 2017년 12월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 티에프(TF)에서 이미 최저임금 제도개선 6개 과제를 제시한 바 있고 그동안 최저임금 산입범위만 논의가 이뤄졌다.
아울러 최저임금 문제의 핵심은 최저임금 제도가 아니라 재벌개혁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소상공인이 느끼는 부담이나 최저임금을 둘러싼 근본적 문제는 재벌 대기업 독점 구조에 있는데 이런 게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 소상공인 대책 마련, 재벌개혁 촉구 등 경제민주화로 최저임금 투쟁의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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