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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현행법 김태우·신재민 공익신고자로 인정? 법조계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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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파견되어 근무하다 서울중앙지검으로 복귀해 청와대 시절 ‘비리’라며 폭로한 김태우, 기획재정부 사무관으로 근무하다 사표를 낸 뒤 4개월 후 조직의 비위를 유튜브로 폭로한 신재민. 과연 두 사람은 ‘공익신고자’일까, 아닐까. 지금 법조계에서는 이들의 지위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조선일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왼쪽) 검찰 수사관과 청와대의 민간기업 인사 개입 의혹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뉴시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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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제기한 김태우 검찰 수사관 측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8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며 "공익제보자로서 김 수사관의 법적 신분을 보장받으려는 조치"라고 했다. 신재민씨는 지난 3일 자살 기도 후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그 역시 기재부로부터 지난 2일 공무상 비밀누설 등으로 고발돼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두 사람의 폭로 이후 정치권은 둘로 갈라졌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6일 논평에서 "양심적 공익제보자를 향한 민주당의 겁박과 매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했고,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과 ‘자유를 수호하는 변호사들’은 지난 9일 "정부는 공직자들의 고발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청와대는 김 수사관에 대해 "자신의 비위를 감추기 위해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홍남표 기재부 장관은 "신 전 사무관 고발 문제를 (취하할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했다. 고발 취하와 상관없이 수사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부터 폭로, 공익신고 절차상 문제있어"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법은 공익신고자보호법과 부패방지권익위법 두 가지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내부자가 공공기관에 공익적 신고를 할 경우 직무상 비밀이 포함돼 있더라도 형사상 책임을 감경·감면해주고 있고, 부패방지권익위법은 공직자가 직위를 남용해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를 ‘부패행위’로 규정, 이를 신고하는 사람이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돼 있다.

김 수사관은 작년 말부터 언론에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장 ‘블랙리스트’ 작성, 친여권 인사 비위 첩보 묵살 등 여러 건을 폭로했다. 이런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형법상 직권남용,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불이익 처분 금지 신청’과 ‘불이익 처분 절차 일시 정지신청’을 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형식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수사관과 신 사무관이 공공기관에 신고하기 이전에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먼저 폭로했기 때문이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언론에 미리 신고 내용이 공개된 경우 (권익위가) 공익신고 여부를 조사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부패방지권익위법도 ‘언론매체에 의해 이미 공개된 내용이고 새로운 내용이 없을 땐, 신고 내용에 대해 조사기관에 이첩하지 않고 종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감사원이나 권익위에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에 제보한 것은 공익신고자로 인정받기 위한 규정에 맞지 않는다"면서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입법 취지와는 결이 다르다"고 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언론에 먼저 터뜨린 상태에서 뒤늦게 신고한 것인데, 선후(先後) 관계가 뒤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골프접대 있어 공익신고자 인정 어렵다?
두 사람의 폭로 내용이 관련 법이 규정한 ‘보호 항목’에 들어있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법에는 공익신고의 경우 284개의 법령 위반 행위만 공익침해행위로 인정하고 있다.

김 수사관의 경우 검찰에서 진행 중인 징계 절차가 골프 접대, 셀프 채용 등 개인비위로 인해 시작된 것인만큼 공익신고에 따른 불이익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김 수사관의 경우 향응제공 등 개인비위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공익신고자 인정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수사관 측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민간인을 사찰한 행위는 직권남용, 일부 인사들의 비위 의혹 감찰보고를 묵살한 것은 직무유기이기 때문에 이는 부패방지법상 부패행위에 해당한다"면서 공익신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정치적 성향 등을 수집한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선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범죄행위이자 공익침해 행위"라고 했다.

두 사람의 폭로 내용의 진상부터 밝히는 게 우선이라는 견해도 있다. 폭로내용 사실관계부터 확인한 후 공익신고자 자격을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폭로) 방법이나 형식이 맞지 않더라도 폭로 내용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따라 넓은 의미에서 공익제보자로 인정받을 수는 있다"면서 "다만 그 이전에 공직자들의 부패행위가 사실이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현재로선 신고자 측도, 검찰 측도 신중하게 의혹에 대한 진위여부부터 가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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