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 스펙트럼의 바다에 떠 있는 리조트 왕국
말레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갑자기 거세진 바람과 폭우로 1차 착륙에 실패했고 비행기는 큰 소리를 내며 다시 날아올랐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기체는 잠시 말레 하늘을 선회했고 결국 큰 문제 없이 착륙에 성공했다.
그 사이 빗줄기는 더욱 거세져 공항 계류장 바닥은 빗물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보딩 브리지(boarding bridge)가 없는 말레공항은 평소 같으면 입국장까지 걸어가면 될 거리지만 비를 피해 공항버스로 이동해야 했기에 승객을 태우고 간 버스가 돌아올 때까지 한참을 기내에서 기다려야 했다.
폭우를 뚫고 들어간 말레공항 입국장은 우리나라 지방 공항 터미널처럼 아담했다. 입국장을 나서자 푯말을 들고 기다리던 리조트 직원이 웃음 가득한 얼굴로 친절히 맞아 주었다.
몰디브 수도 말레 섬(아래)과 공항 섬 [사진/조보희 기자] |
몰디브는 길이 820㎞, 폭 130㎞의 바다에 산호로 둘러싸인 1천190여개의 섬이 긴 띠를 이루고 있다. 이중 사람이 사는 섬은 200개 정도다. 가장 큰 섬의 크기가 8㎢가 채 되지 않는다. 모든 섬을 합친 면적이 제주도의 6분의 1 정도인 298㎢다.
수도 말레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다. 1.9㎢의 섬에 13만 명이 모여 산다. 공항이 있는 섬과 수도 말레섬을 잇는 다리가 지난 9월 개통됐다. 공항 활주로는 섬의 길이가 짧아 바다를 메워 인공적으로 조성됐다.
리조트로 개발된 섬은 170여개다. 섬 하나에 리조트 하나가 들어서 있어 여행객들은 한 개의 섬을 온전히 누리며 꿈같은 휴식과 낭만을 즐길 수 있다.
말레 공항 섬에서 목적지인 콘스탄스 할라벨리 리조트까지는 수상비행기를 이용한다. 각 섬 간의 이동은 2가지 형태의 비행기가 이용된다. 먼 거리는 많은 인원이 탑승할 수 있고 국내공항에 이착륙하는 국내선 비행기를 탄다. 비교적 가까운 섬은 바다에 이착륙이 가능한 수상 경비행기가 사용된다. 수상 경비행기는 탑승 인원이 보통 15명 내외다.
몰디브 공항섬의 수상비행기 공항 [사진/조보희 기자] |
수상비행기 공항은 말레공항과 조금 떨어진 해변에 자리 잡고 있다. 수상비행기 공항으로 이동하는 도로에는 폭우로 쌀뜨물 같은 뽀얀 물이 흘러넘치고 몰디브에선 좀처럼 보기 어렵다는 교통 체증을 목격하기도 했다.
수상비행기 승강장 인근엔 리조트 전용 라운지가 마련돼 있어 음료와 다과를 무료로 이용하며 대기할 수 있다.
폭우의 위력은 어김없이 수상비행기 이착륙에도 영향을 미쳐 예정보다 4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빗줄기가 가늘어지며 이륙 허가가 떨어졌다.
승객 15명과 승무원 3명을 태운 수상비행기는 부부부-푸푸푸 푸앙∼우렁찬 소리를 내며 물을 박차고 올랐다. 비행기를 에워싼 구름에 가려 기대했던 블루의 바다를 볼 수 없어 아쉬움이 컸다.
수상비행기는 우리나라 완행버스처럼 리조트마다 손님을 내려주거나 태운다. 주변 바다 수심이 깊은 리조트는 수상비행기가 리조트 탑승장에 바로 착륙하지만 수심이 얕은 곳은 리조트에서 떨어진 곳에 바지선 형태의 탑승장에 착륙하고 스피드보트로 다시 이동하게 된다. 30분 비행 후 리조트에서 떨어진 탑승장에 착륙했다.
콘스탄스 할라벨리 몰디브 리조트
보트를 타고 해 질 녘 드디어 고대하던 콘스탄스 할라벨리에 도착하자 직원들이 나와 환영해 주었다.
한국인 직원이 파인애플과 생강 등을 섞어 만든 시원한 스태미나 음료를 파인애플 모양의 화려한 잔에 담아 건네준다. 서울에서 출발한 지 거의 24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피로가 몰려온다.
콘스탄스 할라벨리 몰디브 리조트 [사진/조보희 기자] |
여장을 푼 숙소는 바다 위에 지어진 워터빌라, 뒤쪽 테라스에는 전용풀인 인피니티풀이 있고 바닷물로 연결된 계단이 있다. 방 천장은 몰디브 전통 배인 도니(DHONI) 모양을 하고 있어 현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옆쪽에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숙소는 비치 빌라로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 묵기에 좋다. 단층 빌라가 있고 식구가 많은 가족을 위한 2층짜리 빌라도 마련돼 있다. 마당에는 전용풀이 있고 뒤쪽은 해변 모래밭으로 연결돼 있다. 워터빌라나 비치 빌라 모두 사생활이 방해받지 않도록 잘 설계돼 있어 다른 손님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이튿날 화창한 날씨에 마주친 몰디브의 바다는 블루의 향연장이었다. 빌라 주변은 투명하고 밝은 에메랄드빛의 바닷물이 둘러싸고 있고 그 너머로 로열 블루, 코발트블루, 터키색, 쪽빛 등의 바다 빛이 이어지고 그 위로는 하늘까지 푸른색을 하고 있어 그야말로 푸른색 스펙트럼의 장관이 펼쳐진다. 알고 있는 블루 단어를 다 동원해도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워터빌라를 연결하는 나무다리인 제티를 걸어 나오며 내려다본 바다에는 화려한 색의 물고기들이 헤엄치며 산호 사이를 오가고 있다. 부서진 산호로 만들어진 해변의 모래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몰디브 리조트에서는 시간 흐름에 민감해하거나 특별하게 해야 할 일이 없다. 작은 섬에 머물기에 차를 타고 이동하는 관광이나 쇼핑하러 다니지 않아도 돼, 자기 리듬에 맞는 휴식과 여가를 즐기다가 배고프면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된다. 뭐든지 해도 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도 주어지니 마음껏 게으름을 부려도 된다.
리조트 내에선 무료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사진 하나씩만 날려줘도 부러움의 탄식이 이어질 수 있으므로 SNS는 적당히 자제하는 게 좋겠다.
리조트 내에서 이동은 걸어 다녀도 괜찮지만, 그것도 불편하다면 호출하면 언제든 전기차인 버기를 이용할 수 있다.
몰디브에 왔다면 스노클링을 놓쳐선 안 된다. 동남아 등 여러 지역의 휴양지가 훌륭한 리조트 시설과 해변을 갖고 있지만, 차원이 다른 수준의 바다는 왜 굳이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몰디브에 오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알게 해 준다.
콘스탄스 할라벨리 몰디브 리조트의 라군 [사진/조보희 기자] |
빌라 문을 열고 나와 계단으로 연결된 바다로 입수하면 총천연색 수중세계가 펼쳐진다. 맑고 투명한 물 덕분에 UHD-TV 광고에서나 보던 오색 찬란한 형광빛 물고기와 산호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기기묘묘한 모양의 산호초와 다양한 크기에 알록달록 화려한 색깔의 물고기를 보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오고 시간은 금방 흐른다.
섬 주변 얕은 곳은 라군(lagoon), 좀 더 깊은 곳은 리프(reef)라고 한다. 라군은 물 색깔이 에메랄드색이며 리프는 로열 블루를 하고 있다. 에메랄드빛의 얕은 곳을 구경하다가 시퍼런 리프를 보면 순간 무섭기도 하지만 라이프 재킷만 입었다면 가라앉지 않으므로 물고기와 산호가 훨씬 다양한 경계면 쪽을 구경할 가치는 충분하다. 한국은 영하의 날씨라는데 공포심 때문에 따뜻한 바닷속의 스펙터클한 장관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놓친다면 아쉬움이 크지 않을까.
빌라 주변 바다도 좋지만 도니를 타고 다이빙 포인트로 가서 하는 스노클링은 더욱 업그레이드된 화려한 산호와 물고기, 때로는 거북이, 가오리 등 좀 더 덩치 큰 수중생물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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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맛본 수중세계의 황홀감은 틈만 나면 바닷속으로 들어가게 만들어 여행 끝 무렵에는 스노클링 실력이 어느새 고수 수준에 올라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몇 시간의 스노클링으로 지쳐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가림막이 쳐진 해변 선베드에 누웠다. 선베드 옆에 붙어 있는 직원 호출 버튼을 눌러 얘기로만 듣던 모히토 한 잔을 주문했다. 모히토 잔을 들고 앞에 펼쳐진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 찍으니 잡지 표지로 써도 손색없는 풍경이다. 몇 년 전 몰디브로 여행 가고 싶다는 아내에게 다른 곳을 권했다고 출국하는 날 투정 부리던 모습이 떠올라 괜스레 미안해진다.
전문 강사가 진행하는 요가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어 참가해 볼 만 하다. 아침 햇살이 비치는 조용한 해변의 하얀 모래 위에서 비치타월을 깔고 하는 요가는 긴장된 근육의 이완뿐 아니라 늘 팽팽하던 마음의 끈도 느슨하게 해 준다.
스파에서 마사지로 뭉친 근육을 풀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바닷속을 볼 수 있게 얼굴 부분이 뚫린 침대에 엎드려 헤엄치는 물고기를 구경하다 보면 몸도 시원해지고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해변에서 일몰을 보며 즐기는 저녁 바비큐 파티는 몰디브 리조트의 만족감을 더해 준다. 다양한 해산물과 각종 채소가 곁들여진 육류 요리는 산해진미의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기에 충분하다. 따로 요청하면 리조트 내 호젓한 곳에서 신혼부부나 가족이 별도의 공간에서 낭만적인 식사를 할 수 있게 서빙해 주는 '프라이빗 디너'를 이용할 수도 있다.
저녁 바비큐 요리를 준비하는 셰프 [사진/조보희 기자] |
할라벨리 리조트는 와인셀러가 잘 갖춰져 있다. 몰디브를 많이 찾는 유럽 관광객들의 다양한 와인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집한 1만5천여병의 와인을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벽과 선반에 와인이 빽빽이 들어찬 서늘한 와인셀러에서 식욕을 자극하는 치즈와 하몽을 멋지게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던 스리랑카 출신의 소믈리에 니샨씨는 한병에 수백만원짜리부터 여러 가격대의 와인을 보여주며 시음하게 해 주었다. 몰디브는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리조트를 제외하곤 음주가 금지되며 현지인 소믈리에는 없다.
리조트 주변에는 작은 상어들이 살고 있다. 주로 몸길이 1m 이내의 아담한 크기인데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빌라 주변을 맴돌고 있어 자주 보다 보면 애완동물처럼 정답게 느껴진다. 떼 지어 몰려다니는 작은 물고기가 해변 얕은 곳에 모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상어나 참치 등 큰 물고기가 다가오면 동심원을 그리거나 타원형으로 변하기도 한다. 한 덩어리로 요리조리 몰려다니며 피하는 모습이 마치 아쿠아리움에서 정어리떼 쇼를 보는 것 같다.
해변에서 노니는 상어와 물고기 떼 [사진/조보희 기자] |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기 전 빌라 앞 바닷물에 뛰어들어서 하는 수영도 짜릿한 경험이다. 이른 아침인데도 바닷물이 전혀 차갑게 느껴지지 않고 적당한 따뜻함으로 마사지하듯 부드럽게 몸을 감싸준다. 이따금 조용히 나타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작은 상어나 월척의 큰 물고기에 놀라기도 하지만 물고기들의 공간에서 자연인이 된 듯한 자유로움과 해방감이 힐링이란 이런 것임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전날 저녁 과식으로 인한 찌뿌둥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하루를 새롭게 시작할 에너지로 충만해진다. 짠물에 젖은 몸은 인피니티풀에서 몸을 휘저으며 민물로 헹구면 아침 단장은 끝이다.
리조트 곳곳에는 긴 국자가 담긴 물항아리가 마련돼 있다. 실내에 들어가기 전 발에 묻은 모래를 씻기 위한 것이다. 처음 리조트 도착했을 때 방에서 무심결에 벗은 신발에서 쏟아지는 모래 때문에 불편했는데 항아리의 용도를 알고 난 뒤 리조트에 참 잘 어울리는 장식과 실용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콘스탄스 무푸시 몰디브 리조트
콘스탄스 할라벨리에서 모터보터로 30분 거리에 있는 콘스탄스 무푸시 몰디브 리조트는 신발보다는 맨발로 걸어 다니는 게 더 편하게 느껴진다. 리조트에 들어서는 선착장 입구에 'NO NEWS NO SHOES'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식당이나 대부분의 건물 바닥이 해변처럼 부드러운 모래로 되어 있다. 워터빌라로 가는 제티의 나무 바닥이 한낮에 햇볕에 데워져 뜨거울 때만 아니면 굳이 신발을 신을 필요를 못 느낀다. 제티 입구에는 신발장이 마련돼 있어 리조트 도착 때 나눠주는 슬리퍼를 두고 맨발로 다니다가 필요할 때 신으면 된다.
도시 생활의 각박함과 번잡한 생각, 항상 손에 붙어 있어 눈과 머리를 피곤하게 하는 스마트폰을 잠시 던져두고 맨발로 고운 모래 해변과 리조트 곳곳을 다니다 보면 근심·걱정 없는 동심으로 돌아간 듯 편안함이 다가온다.
콘스탄스 무푸시 몰디브 리조트 [사진/조보희 기자] |
무푸시 리조트는 특히 음식이 맛있다. 신선한 재료로 일류 요리사가 만든 요리는 먹을 때마다 방금 먹은 게 가장 맛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일품이다. 샤샤 티아스 총지배인은 특히 음식에 신경을 많이 써서 셰프들이 자기를 가장 힘들어한다며 웃는다.
식사 후에는 섬 주변의 돌고래를 볼 수 있는 '돌핀 어드벤처'에 참가해 볼 만 하다. 도니를 타고 리조트 주변 바다를 돌다 보면 수십 마리의 돌고래들이 나타나는데 내쉬는 거친 숨소리까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돌고래들은 앞다퉈 각자 수영 솜씨를 뽐낸다. 어떤 녀석은 물 위로 점프하며 공중돌기를 하는가 하면 고속으로 수영하며 잠수와 부양을 반복하기도 한다. 몸 크기도 어른 돌고래부터 어린 녀석까지 다양하다. 처음에는 배에서 멀찍이 떨어져 잠깐씩 모습을 드러내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배 주변을 다가와 재롱을 부린다. 배 앞에서 같은 속도로 헤엄치며 얼굴을 내밀어 처음에는 돌고래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워하는 관광객들도 다양한 모습을 담아낼 수 있게 해 준다.
돌고래의 재롱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돌핀 어드벤처' [사진/조보희 기자] |
저녁에 비치에서 열리는 칵테일 클래스는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투숙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칵테일 클래스에서 바텐더의 도움으로 만드는 나만의 칵테일은 맛과 멋진 사진으로 추억을 남길 수 있게 해 준다.
몰디브의 수도 말레는 한동안 정국혼란으로 여행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7일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며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 리조트 여행은 말레 정국과 상관없이 안전하다.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3년 9월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 기후회의 5차 평가 보고서에서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1세기 말 지구 해수면 상승으로 평균 해발 고도 2.5m인 몰디브가 수몰되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04년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로 말레는 대통령 집무실을 포함해 시내의 3분의 2가 침수되고, 관광산업의 기반이 되던 리조트와 학교나 병원 등의 기반 시설이 파괴된 적이 있다.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몰디브 정부는 2009년 10월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과 각료 10여 명이 양복 위에 스쿠버 장비를 착용한 채 말레에서 모터보트로 25분 거리에 있는 기리푸쉬 섬 앞바다 밑에 잠긴 책상 주위에 둘러앉아 사상 최초로 '수중각료회의'를 열어 세계의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말 그대로 '리미티드 에디션', 환상의 섬 몰디브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한정판 여행지'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언젠가 한 번 가볼까 하고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면 얼른 서두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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