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폴란드 정부가 중국 화웨이 간부를 스파이 혐의로 체포한 것과 관련해 중국 관영언론은 미국과 보폭을 맞추려는 폴란드의 정치적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14일 중국 환구시보는 '폴란드가 미국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 제하의 사평에서 "폴란드의 화웨이 간부 체포는 미국의 행동에 부응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며 "폴란드는 여전히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남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미군의 영구주둔을 요청할 정도로 미국으로부터 안보 보장을 받는 것을 안보 과제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럽의 4G 네트워크에는 화웨이의 장비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화웨이의 장비가 유럽 네트워크 보안에 손상을 입혔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유럽에서 폴란드만 유독 화웨이 배제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 충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화웨이가 비록 민영기업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큰 만큼, 정부와 중국 사회와 화웨이의 합법적 권익을 위해 협조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화웨이가 타격을 받으면 중국 사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중국 기업을 괴롭혀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문은 "중국 정부는 단호하게 폴란드와 교섭하고 상응하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국은 폴란드를 먼저 괴롭히지 않겠지만, 폴란드가 중국에 계속 해를 끼친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폴란드가 화웨이의 중ㆍ북부 유럽 판매 책임자인 왕웨이징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는 소식이 폴란드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중국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자세한 혐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최근 들어 화웨이 임직원이 해외에서 불법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이 미국 정부의 제재를 피해 이란과 몰래 거래한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가 최근 현지 법원의 보석으로 석방됐다.

화웨이는 문제의 간부가 개인 차원의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면서 일단 그를 해고하는 방식으로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하지만 화웨이 임직원의 해외 불법 혐의가 연달아 터진 만큼 서방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화웨이 보이콧'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 제품이 중국 정부의 사이버 스파이 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동맹국들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 것을 압박해왔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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