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 "주휴수당 벼랑 끝…쪼개기 알바 성행"
알바 "메뚜기 알바, 우리도 설문 참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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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현장의 상황을 알려 사업주가 감동하지 못하는 임금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최저임금법은 노동법의 형법화가 지나쳐 처벌만능주의로밖에 이해가 안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기준에 포함하도록 명시한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대한 자영업자ㆍ소상공인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가운데 관련법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자영업자ㆍ소상공인 커뮤니티에는 '주휴수당 소상공인 현황 실태조사'에 참여해달라는 독려 게시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참여했다', '완료했다' 등의 설문참여 인증 댓글도 수백개씩 달리는 상황이다.
이달 10일부터 25일까지 실시되는 이번 조사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연합회는 "'주휴수당에 관계된 유급주휴시간은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근로시간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례를 어기고 이번에 개정한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최저임금 산정기준에 주휴시간을 포함시켜 소상공인들은 극한으로 내몰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시정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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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은 성별, 연령대, 거주지역, 업종 유형 등을 묻는 기본질문으로 시작한다. 이후 주휴수당에 대해 알고 있는지, 주휴수당을 임금에 포함해 지급하고 있는지, 지급을 안한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2019년 최저임금의 위반기준이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30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주휴수당 지급 부담을 느끼는지, 주휴수당 미지급을 위해 근로시간단축(주15시간 미만 쪼개기 계약)을 해봤는지,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의견, 반대하는 이유, 주휴수당 폐지 여부에 대한 의견 등을 묻는다.
또 최저임금 결정 구조개편안에 대한 조사도 진행한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고 1월에 노사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구간설정위원회는 노사 추천 전문가로 구성되며 다음 해 최저임금의 상·하한선을 정하는 역할을 한다. 설문은 이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 반대 이유, 제도개선에 가장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지, 2019년 주휴수당 포함 희망 시간급은 얼마가 적당한지 등을 묻는다.
앞서 연합회가 지난달 1204개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실태조사 보고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5.3%가 '주휴수당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진태(가명ㆍ52) 씨는 "사업주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쪼개기 아르바이트(알바)생을 고용하고 있으며 알바생은 이로 인해 투잡ㆍ쓰리잡까지 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편의점주 박철민(가명) 씨는 "주휴수당까지는 지급할 상황이 안돼 어쩔 수 없이 쪼개기 알바를 써야 한다"며 "총 6명을 쓰는데, 한두시간씩 쉬고 싶으면 언제든지 쉬라고 말하고 직접 대타도 많이 뛴다"고 전했다.
한 정육식당 사장 김병만(가명ㆍ49) 씨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2시간씩 총 12시간만 일하는 알바 3명과 주말에만 각각 7시간씩 14시간만 일하는 알바 2명을 채용했다"면서 "15시간 이상이면 의무사항이 되는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알바생들의 한숨은 더욱 짙다. 취업준비생 이소연(가명) 씨는 메뚜기 알바를 뛰고 있다. 식당과 편의점, 커피전문점, PC방에서 매일 같이 일하지만 일하는 시간은 하루에 모두 2~3시간에 불과하다. 주 14시간으로 주휴수당은 받지 않는다. 이씨는 "메뚜기 알바를 하지 않으면 구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사업주만 참여할 게 아니라 우리도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싶다"하소연했다.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이지선(가명) 씨는 "등록금을 벌어야 해서 먼저 사장한테 주휴수당을 안받겠다고 말을 했다"면서 "다른 알바도 알아보고 있는데, 자소서도 제출하고 압박면접까지 본다"며 혀를 찼다. 취준생 서진수(가명) 씨는 "편의점에서 주말 하루 7시간씩 딱 14시간 일을 하는 것으로 근무시간이 조정됐다"면서 "알바생들의 주머니 사정은 최저임금이 오르기 전보다 더 나빠진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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