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수출 6000억불, 국민소득 3만불 시대 진입 등 외형적 경제 성장에도 삶이 고단한 국민들이 많고, 고용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음을 토로했습니다. 실제 취임 후 가장 힘들고 아쉬웠던 점도 "고용지표 부진"이라고 답했는데요.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이 9만7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가장 낮았던 점은 이유가 어디 있든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정부로서 매우 뼈아픈 대목입니다. 지난해 공정경제 과제로 언급했던 '재벌개혁'은 이번에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최저임금 정책의 유연한 변화는 이미 예고됐는데요.
이에 대해 노동계와 진보 진영은 '노동공약 후퇴'라고 반발할 수 있지만, 문 대통령은 "노동자 임금이 올라가는 것이 그 자체로선 좋지만 그것이 다른 경제 부분에 영향을 미쳐 오히려 우리 경제가 어려워진다면 결국 노동자조차 일자리가 충분치 않게 되고 노동자의 고통으로 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새해 문 대통령이 이념 논쟁으로 국력을 소모하기 보다는 실사구시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며 성과를 위해서는 다양한 경제 주체와의 소통과 경청이 필수라고 말합니다. 경제 살리기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국내외 현안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단연 '경제'였습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준비한 A4용지 17장, 8393자 분량의 신년사 모두발언 원고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경제'로 총 35회 사용됐는데요. 이어 '성장'이 29회, '국민'이 24회, '혁신'이 21회 등장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당시 A4용지 14장, 7500자 분량의 신년사를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외교 전반에 걸친 정책 기조와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작년보다 A4용지 3장 가량의 양이 증가한 것에는 지난 1년 동안 사회 전반에 걸쳐 생긴 많은 변화를 반영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신년사에는 올해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인데요. 경제 부문에 있어 성장과 혁신을 이끌어 성과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3축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중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로 각각 총 4회 언급됐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은 1회 언급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국민의 삶 속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그러려면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필요한 게 혁신"이라며 "추격형 경제를 선도형 경제로 바꾸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새로운 시장을 이끄는 경제는 바로 혁신에서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혁신으로 기존 산업을 부흥시키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신산업을 육성할 것"이라며 "정부는 그동안 혁신 성장을 위한 전략분야를 선정하고 혁신창업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했다"고 강조했습니다.
◆文 신년회견 기승전 '경제'…실질적인 성과 내겠다는 확고한 의지 피력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두 달 만에 50% 선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7~9일 사흘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공개한 1월2주차 주중집계(95% 신뢰 수준·표본오차 ±2.5%p·응답률 6.5%)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0.1%가 문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부정평가는 전주 대비 4.0%포인트 내린 44.2%(매우 잘못함 27.5%, 잘못하는 편 16.7%)로 집계됐습니다. 격차는 오차범위(±2.5%포인트) 밖인 5.9%포인트로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많았는데요. 모름·무응답은 지난주 대비 0.3%포인트 증가한 5.7%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상승세의 원인으로는 "최근 몇 주 동안 지속되고 있는 문 대통령의 민생·경제 회복 행보가 차츰 알려지면서 '경제 소홀' '경제 무능' 등 국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약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리얼미터는 풀이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인 초청 청와대 간담회, 대통령 주재 신산업정책 관련 중심 현안점검회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계획, 청와대 2기 참모진 개편,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 협상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이 지지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다수의 지역과 계층에서도 지지율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NYT "전세계 문재인정부 경제정책 주시"…왜?
한편 전세계 선진 경제가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인한 성장률 둔화, 빈부격차 심화, 임금인상 정체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은 정반대의 해법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대규모 감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세금과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경기 부양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특히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소비 주도의 경기 부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문 정부의 정책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장기적으로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일지 쉽게 예단할 순 없습니다. 세계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이유라고 NYT는 분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집권 이후 경제정책을 극적으로 전환했습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했으며, 고소득자에게 고율의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이로 인해 경제 지표는 크게 악화됐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지난해 8월 실업률이 4.2%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8년 내 최고치인데요.
뚜렷한 지표로 드러나지 않지만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한 중소기업 단체의 조사 결과, 중소기업 42%가 임직원 해고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 큰 고통 vs 경기에 좋은 영향 미칠 것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 등에 대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2명의 고위 경제 정책 담당자를 경질했는데요.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프레드릭 뉴먼 HSBC은행 아시아러시치팀장은 "한국 경제의 둔화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다"라며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수출 주도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것이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2019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하향했음에도 "최저임금 인상은 한국 경제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뉴먼 팀장은 예상했습니다.
그는 "선진국과 다른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한국은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한국이 성공하면 선진 경제국도 한국의 사례를 참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정책에 대해 보완은 하되 기조에는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어느덧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극심한 나라가 됐다"면서도 "경제 정책의 변화는 분명 두려운 일이나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앞서 경제인과의 신년 간담회에서도 "경제 구조를 바꾸는 것은 어렵고 더디더라도 가야 할 길"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에 주력하는 기존 경제정책을 고수하되, 반드시 성과를 내 국민들의 재평가를 받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고용사정은 악화했고,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졌는데요. 문 대통령의 이같은 기조가 올해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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