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및 통상임금 여파
현대기아차 노조, 일단 사측 제안 거부
산업계도 취업규칙 변경에 촉각
현대기아차 사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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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김지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상여금 일부를 매달 지급하는 방식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할 움직임을 보이자 재계는 물론 노동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대기업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처음으로 취업 규칙 변경의 신호탄을 쏘면서 새로운 노사 관계 정립에 따른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연말 노조에 상여금 일부를 매달 나눠주는 쪽으로 취업 규칙을 변경하겠다고 공문을 보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매년 기본급의 750%에 달하는 상여금 중 600%를 두 달에 한번씩 주고 있는데 이를 12개월로 나눠 월급처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현대기아차의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는 임금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현재 상황에서 굳이 사측의 인건비 부담을 분담할 필요가 없다며 '수용 불가'로 맞서고 있다. 현대기아차로서는 가뜩이나 글로벌 판매 부진으로 경영난을 겪는 와중에 최저임금 이슈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해 12월31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직원 7000여명이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하는 황당한 상황에 놓였다. 법 시행령 개정으로 법정 유급 휴일(일요일)이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들면서다. 현대차 직원의 월 기본급은 160만원 정도인데 기준 시간을 월 174시간으로 하면 시급은 9195원인데, 이를 209시간으로 늘리면 시급이 7655원으로 급감해 최저임금(8350원)에 미달하는 결과가 나온다. 현대차로서는 상여금을 매달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지 않은 채 현재 임금 체계를 고수하면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 그렇다고 최저임금법에 따라 임금을 보전해주면 전 직원의 임금 수준이 급격히 올라가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든 처지에 놓인다.
이 같은 상황을 예견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도 지난해 연말 공동 성명서를 내고 "상여금 지급 시기 변경 등 임금 체계 변경을 통해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잘못된 개정의 부담을 기업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현대차 노조는 일단 사측의 제안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에 따른 문제 해결을 위해 임금 체계 개편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면 상여금 지급 주기 변경과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논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의 공문을 이미 회사에 발송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모비스와 대우조선해양이 최저임금 기준 미달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은 전례가 있어 재계는 현대차그룹 노사가 임금 체계 개편의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이미 현장 생산직의 급여가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법이 현장의 임금 체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절충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현대중공업은 노사 합의를 거쳐 지난해부터 상여금 800%를 분할 지급하고 있다. 상여금 800% 가운데 300%에 해당하는 부분은 매달 25%씩 나눠 지급하고 나머지는 분기 말과 설, 추석에 주는 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노조와의 임금 협상에서 상여금 600%에 대한 분할 지급 논의를 거쳐 300%는 매달 25%씩 분할 지급하되 나머지 300%는 한꺼번에 지급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로 절충했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은 "임금 체계 개편은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하는 인원 뿐 아니라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면서 "아울러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것인가도 함께 논의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통상임금까지 인건비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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