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강시혁 교수 29만명 추적 연구
"약물치료로 혈압 과하게 떨어트린 경우 제외,
혈압은 낮으면 낮을수록 건강에 좋다"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나쁘다“는 말이 잘못된 속설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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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팀은 혈압과 심혈관 질환 발생은 비례하고, 고혈압 기준보다 혈압이 낮은 환자라도 혈압이 낮을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강 교수팀은 40세 이상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수검자 중 심혈관계 질환을 앓았던 이력이나 항고혈압제(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한 적이 없는 정상인 29만 600명을 평균(중간값) 6.7년 간 추적 관찰했다. 이들의 혈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심혈관 질환이 발생하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가 가장 낮은 이른바 ‘최적 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90~99mmHg, 이완기 혈압이 40~49mmHg인 경우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정상 혈압’이라 생각하는 120/80mmHg에 비해 한참 낮은 수치다. 이보다 낮은 혈압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0.22%에 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사실상 거의 모든 인구에서 혈압을 낮추는 것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다는 결과”라며 “이는 최적 혈압을 기준으로 혈압이 너무 낮은 것도 위험하다는 기존 의학계의 ‘U-Curve’나 ‘J-Curve’ 가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라고 분석했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의 수는 약 1100만 명에 이른다. 그나마도 국내 고혈압 진단 기준에 따라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환자만 헤아린 것이다. 2017년 미국심장학회는 130/80mmHg로 고혈압 진단 기준을 낮췄는데, 이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률(인구 대비 환자 수)은 5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강시혁 교수는 “항간에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건강에 나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저혈압은 따로 기준이 없다. 간혹 혈압이 ‘90/60mmHg’ 정도 되는 분이 혈압이 너무 낮은 것 같다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밖에 있는 고혈압 환자들이 보면 부러워할 겁니다’라고 이야기해주고 돌려보낸다”라고 말했다.
그는 “약물치료를 통해 인위적으로 혈압을 과하게 낮추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낮은 혈압은 건강에 문제가 없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민 대부분이 혈압 관리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가 있다”라며 “소금 섭취를 줄이고 담배는 끊고, 적정 체중을 관리하고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 등이 혈압 관리를 위한 대표적 건강 행동으로, 이러한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낮추는 혈압에는 하한선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과도한 다이어트로 살이 빠지면서 생긴 저혈압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한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혈압을 통해 향후 10년간의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도를 예측했다. 수축기 혈압은 증가할수록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비례해 커졌지만, 이완기 혈압은 동일한 수축기 혈압에서 낮을수록 오히려 위험도가 증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분당서울대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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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는 성별과 연령에 따라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이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데 서로 가중치가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고령의 고혈압 환자는 고혈압을 오래 앓아 혈관이 경직되면서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게 되고 이런 변화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로 작용한 것이다. 반면 젊은 층에서는 수축기 혈압은 높지 않고 이완기 혈압만 높은 경우도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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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고령층의 경우 수축기 혈압이 130mmHg 이상인 경우, 청년층의 경우 수축기 혈압이 130mmHg 이상이고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약물 등 고혈압 치료가 필요한지 아닌지는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건강검진 후 상담 권고를 받는 경우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12월호에 게재됐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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