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위한 전문가 토론회 개최
"최임위 개편 반대" "신중" 의견이 대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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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최저임금 인상의 정치적 책임을 흐트리는 도구로 활용해선 안 된다."(김성희 고려대 교수)
“최저임금 결정은 결국 정치적 행위다. 현 제도의 문제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과잉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권오성 성신여대 교수)
고용노동부는 1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고용부는 당초 이번 토론회에 노사단체 관계자를 패널에 포함하려 했지만, 노동계에서 거부 의사를 밝혀 전문가들만 참석한 '반쪽 회의'로 진행됐다.
앞서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논의 초안'은 최임위 이원화가 핵심이다. 노·사·정부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정하고, 노·사·공익위원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가 그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안을 결정하도록 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최임위 이원화 등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이 차선책은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의 문제는 '구조'의 문제가 아닌 '노사관계'와 '문화'의 문제라며, 30년 동안 유지된 최임위 시스템을 바꾸는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 결정이 정치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근로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한다는 헌법상의 요구와 최저임금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오히려 "최저임금 결정은 정치적 행위"라며 최임위의 위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반론을 폈다. 권 교수는 "최저임금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정부가 지는 것이라면, 책임을 지는 주체가 그에 재량권을 갖는 건 허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임위를 독립된 행정위원회로 위상을 격상하고, 최저임금위원장 이름으로 대외적 의사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지난해 최저임금으로 정부 내 부처 간에 잡음이 나기도 한 만큼, 최종 발표는 국무회의를 거치는 게 낫다"고 밝혔다.
조용만 건국대 교수는 정부의 개편안에 대해 "구간설정위에서 '어느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될 것인가'가 눈에 드러나기 때문에 노사가 지금처럼 자리를 박차고 나갈 명분이 더 생긴다"면서 "의결정족수 미달에 따라 최저임금안을 의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성희 고려대 교수는 "현재 최임위 구조를 보완하는 것만으로도 구간설정위원회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최임위 이원화 개편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때문에 30년 동안 유지한 제도를 개편한다고 하면 근시안적인 것 아닌가"라며 "객관적이고 명료한 구간설정 기준이 있다면 따로 만들어서 제출하면 되지, 굳이 위원회 방식이 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원화가 모호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있고, 전문가들의 불편부당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최임위 개편을 최저임금 인상의 정치적 책임을 흐트리는 도구로 활용하거나, 전문가들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조 교수는 "이번 개편안은 최임위를 유지하는 기존의 방식을 포기할 수 없다면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라며 "객관화할 수 있는 최저임금 결정방식의 룰세팅을 위해 구간설정위라는 과도기적 단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처럼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사업자 지불능력'을 포함시키는 안에는 부정적 의견이 제기됐다. 이승욱 교수는 "일본은 업종별,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결정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50개에 달한다"며 "우리나라와 최저임금 결정구조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많고, 단일하게 결정하고 있어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지불능력을 고려하는 건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관념이라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한 분석과 적절한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연구, 최저임금 인상 권고 등의 업무를 전담하는 연구센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1년 동안 경제지표를 갖고 객관적으로 최저임금 분석을 하면 노사로 구성된 결정위원회에서 함부로 엉뚱한 주장을 못할 것"이라며 "전문적인 연구가 바탕이 된 인상안이 제시되면 전문가 안을 기반으로 합리적으로 요구안과 타협안이 나오고 결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측 패널인 안경덕 노동정책실장은 이번 개편에 대해 "'최저임금이 몇 프로 오르냐'에 대해 노사와 정치권, 여론의 가치관이 너무 달랐다"며 "어떤 정권이 들어서건 수긍하는 부분이 많아질 수 있도록 개편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안에 대해선 "그동안 정부가 마치 공익위원 임명을 자의적으로 하고, 수치도 정부 마음대로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며 "정부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도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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