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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취재파일] 브렉시트·셧다운·노란조끼…서구 시스템의 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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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미국 등 서방국가의 새해 정국을 한 글자로 표현하면 그야말로 '亂(혼란할 난)', 즉 난국이다"라고 중국 관영 언론이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내놨습니다.

실제로 영국 의회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15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협상안을 230표 차로 부결했습니다. 당장 두 달여 뒤(3월 29일)의 브렉시트 발효를 앞두고 브렉시트 방식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아무 계획도 없이 브렉시트가 진행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 공포가 유럽은 물론 세계 경제에까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국경 장벽 예산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대치로 한 달 가까이 연방정부 셧다운 (ShutDown·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80만 명에 이르는 연방 공무원의 무급 사태로 이어지고 있으며,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며 시작된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는 시간이 지나면서 '반(反)마크롱 정부' 시위로 변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유류세 인상을 6개월 유예하겠다고 밝히며 급한 불을 끄려 했지만 노란 조끼 시위대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 동유럽과 소련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체제 붕괴로 서구 민주주의의 승리를 선언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의 《역사의 종언》을 생각한다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됩니다.

중국 환구시보는 나아가 "이번 사태를 보면 각 당파가 서로 죽기 살기로 싸우며 정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요구가 서로 너무 달라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어렵고, 빈부격차가 극심해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져 이랬다저랬다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환구시보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선진국들이 이렇게 혼란을 겪는 근원은 무엇일까요? SBS는 지난 2011년 남유럽 위기의 원인 분석을 시작으로 5년간 미래한국리포트를 통해 '더 좋은 사회, 더 나은 미래'(2017. 한울)를 위한 연구를 했습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국가의 위기는 정부의 정책역량· 규모와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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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을 보면 가로축은 GDP 대비 정부지출 수준, 즉 정부 규모이고 세로축은 정책역량입니다. 정책역량이 높은 정부는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효율성과 보편적인 복지와 공공선을 증진시키는 공익성이 좋습니다. 또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인 조정성과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인 실행성이 뛰어납니다.

<그림1>의 가로 점선은 정부 정책역량(OECD 국가 대상)의 평균선입니다. 따라서 점선보다 위에 위치하면 정책역량이 높고 아래에 위치하면 정책역량이 낮습니다. 하단에는 일본과 프랑스 그리고 구 동구권 국가들과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이 위치해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업계 이익을 대표하는 족(族) 의원과 관료, 토건 업자가 유착하는 이른바 '철의 삼각형'과 비효율적 정부 운영으로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강력한 권한을 바탕으로 노동이나 복지 같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분야를 밀어붙이기식으로 개혁을 시도해 격렬한 시위와 대규모 파업이 반복됐습니다. 결국 사회적 갈등으로 재정적자가 악화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투자도 이뤄지지 못하면서 경제의 활력마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책역량이 낮은 국가들에서 위기가 발생했는데, 이제 위기가 미국과 영국 같은 국가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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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는 시민역량과 제도역량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제도역량은 복지제도와 인적 자본, 일자리 제공 능력을 나타내고 시민역량은 사회 통합과 시민 참여로 구성됩니다. 제도역량과 시민역량을 합쳐 그 사회의 질을 형성하게 됩니다. 미국과 영국 같은 국가는 <그림1>에서 보면 점선 위에 위치했지만 정책 역량이 높은 국가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제도 역량이 낮습니다. 결국 위기는 <유형Ⅲ> 국가에서 <유형Ⅱ> 국가로 확산되고 있고 위기를 가르는 기준은 정부의 정책역량과 제도 역량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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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미국과 영국은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수인 지니계수가 OECD 4위와 5위를 기록하는 양극화가 심한 국가입니다. 이 때문에 영국의 고소득층은 EU 체제 속에서 부를 축적했지만 반면 서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일자리까지 이민자들에게 빼앗겼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EU 탈퇴를 결정했습니다. 미국 역시 금융위기 이후 서민들은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며 반(反)이민 정책을 지지하고 나섰고 이는 트럼프의 당선과 국경 장벽 지지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경제적 위기와 양극화, 타협이 없는 다수결 민주주의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대표 국가들을 오히려 반(反)세계화와 반(反)신자유주의로 이끌었고 이는 정치와 경제적 혼란을 가중시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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