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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캐나다만 때린다' 中의 화웨이 사태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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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中, 화웨이 보이콧 확산하는 가운데 캐나다만 공격…
캐나다인 잇단 억류 이어 정부 외교적 조롱·야유도]

머니투데이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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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품 보이콧이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이 '한 놈만 팬다'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한 캐나다에게만 공격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루 사예 캐나다 주재 중국 대사는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캐나다 정부가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 통신망 사업 참여를 막는다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캐나다 정부에 보복 조치를 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현재 화웨이 5G 장비에 대한 안정성 검토를 진행 중인 캐나다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캐나다 정부가 중국과의 갈등 격화를 이유로 총선이 열리는 오는 10월 이후로 결정을 보류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주도로 시작된 화웨이 보이콧은 전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이 주요 동맹국에 기밀 유출 등 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 사용 금지를 요청하면서다. 미국을 시작으로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이 속속 화웨이 사용금지에 동참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가 법규 강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화웨이 진출을 막았고, 영국에서는 민간 이동통신사가 화웨이 제품 퇴출을 선언하고 옥스포드대학이 화웨이의 연구 보조금을 거부하기로 하는 등 민간에서의 보이콧 바람도 거세다. 폴란드에서 화웨이 직원이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면서 18일에는 독일이 이 회사의 장비 사용 금지를 검토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중국 정부는 각국의 이러한 조치에 매번 우려와 반발의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유독 캐나다에게는 보복 대응에 조롱, 야유까지 보내고 있다. 캐나다가 지난해 12월1일 미국의 요청으로 화웨이 창업주의 딸이자 부회장인 멍완저우를 체포했는데, 무역협상 중인 미국에는 정작 아무 말도 못하고 캐나다만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멍 부회장 체포 이후 미국에 "인권 침해"며 반발하면서도 무역협상과 화웨이는 별개라며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반대로 캐나다 국민 2명을 억류하고, 마약 밀매 혐의로 구금된 캐나다인에게는 사형을 선고하는 등 캐나다를 상대로는 보복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이 경제 둔화 신호 때문에 미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은 시급히 해결하려 하고, 화웨이 사태를 놓고는 주변국인 캐나다를 공격하면서 강경 대응 자세를 유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의 캐나다를 향한 입장은 조롱과 야유로 변질되고 있다. 지난 14일 중국의 캐나다인 사형 선고에 대해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이 "중국의 행동이 모든 국가에 위협이 된다"고 말하자,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캐나다 외교장관은 너무 성급하다. 생각 좀 하고 말하라"면서 "중국이 캐나다에 어떤 위협을 가했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캐나다야 말로 중국인을 억류해 중국에 위협을 초래했다"고 받아쳤다. 루 대사도 프릴랜드 외교장관을 향해 "진심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있다면 '마이크 외교'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편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은 언론 접촉을 늘리며 적극적으로 의혹 해명에 나서고 있다. 런 회장은 지난 15일 해외 언론과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17일에는 인민일보 등 주요 중국 언론들과 인터뷰를 갖고 "화웨이가 현재 직면한 문제는 10여년 전에 예견됐던 것이다. 급작스럽게 당해 이런 국면을 대응할 준비를 하지 못한 게 아니다. 이미 십여년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또 "화웨이는 5G(5세대) 통신장비를 전세계에서 가장 잘 만들고, 마이크로파 기술도 가장 앞서 있다"면서 "광섬유를 필요없게 하는 초광대역 기술인 이 둘을 결합해 기지국을 만들 수 있는 세계의 유일한 회사가 화웨이"라며 위기 극복에 자신감을 보였다. 런 회장은 "중국 내 어떤 법도 특정 기업에 의무적으로 백도어(우회 접근 통로) 설치를 요구하지 않고 있고 중국 정부는 어떤 기업도 미국 등 소재지 국가의 수출통제 및 제재 법률을 필히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지난 외신 기자 회견에 이어 다시한번 '스파이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런 회장은 1987년 창업한 뒤 생애 첫 인터뷰를 26년 만인 2013년 5월 뉴질랜드에서 가질 만큼 언론 노출을 꺼리는 기업인이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외신기자들을 선전 본사로 초청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틀 만에 중국 언론과 만났다. 위기 극복에 대한 자신감 피력에도 불구하고 '스파이 논란'으로 화웨이가 받은 타격과 위협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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