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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짠내투어] 하루 3만6200원…공주 짠내투어 도전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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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공산성. 성벽 둘레만 약 2㎞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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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을 휩쓴 키워드 '소확행'의 힘은 2019년에도 건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행을 빼놓을 수 없다. 소소하지만 자기만의 확실한 행복을 찾는 일 중에 여행만 한 것이 또 있을까. 여행은 점점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한다. 여행과 일상 간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면서 거창한 장거리 여행보다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근거리 여행지가 눈에 들어온다. 남들 다 가는 여행 말고 나만의 개성이 담긴 감성적 여행지를 찾아 떠난다. 소도시 여행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많은 사람이 해외 소도시로 여행을 떠나지만 솔직한 말로 소확행을 위한 소도시 여행은 국내가 답이다. 국내 여행은 비행기값이 들지 않는다. 일정만 잘 조절하면 당일치기로도 충분히 멋진 여정을 즐길 수 있다. 비용이나 시간이 확실하게 절약된다는 말씀. 직접 다녀온 충남 공주 소도시 여행기를 전한다. 공주는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에도 포함된 역사여행지다. 서울에서 떠나기에 적당한 거리감과 하루 일정으로 둘러보기에 부족함이 없던 볼거리 등 올해 첫 소확행으로 꽤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고속버스로 1시간 30분. 버스에 오르자마자 여행이 실감 났고, 차창 풍경이 지루해질 때쯤 목적지에 도달했다. 애초에 큰 것을 바라고 떠난 여행이 아니어서 일정도 여유롭게 잡았다. 공주시에서도 금강 남쪽에 위치한 구도심을 살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공산성. 지금까지도 백제와 관련된 유물이 출토되고 있는 살아 있는 유적지다. 공주는 삼국시대 백제의 수도였고 공산성은 그 시절 도성이었다. 475~538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높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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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둘레는 약 2㎞. 이 중 돌로 쌓은 부분이 약 1.8㎞고, 흙으로 쌓은 성벽은 약 390m다. 1990년대 들어 성벽과 동서남북으로 통하는 성문을 복원해 지금 모습으로 꾸몄다. 성을 따라 한 바퀴 둘러가게끔 길이 조성돼 있다. 길이가 짧다고 만만히 볼 건 아니다. 높낮이가 있는 편이라 성을 따라 걷자면 넉넉잡아 2시간이 걸린다.

공산성 투어는 서문 금서루에서 시작됐다. 성벽 길엔 난간이 없었다. 성벽 옆을 따라 걷는 게 아니라 벽 위로 길이 조성돼 꽤 아찔했다. 대신 딴 데 정신 팔지 않고 걸음에 집중할 수 있었다. 공들여 걷다가 시야가 탁 트인 곳에선 금강과 그 주변 시가지 풍광을 감상한다.

금서루에 올라 시야를 뻗으면 공주중학교가 보인다. 소도시치고는 훌륭한 야구장 시설을 갖췄다. 야구 팬들은 눈치챘을 듯싶다. 바로 야구선수 박찬호가 이 학교 출신이다. "공주엔 3박이 있어요. 박찬호, 박세리, 인간문화재 박동진이죠." 엄기영 문화관광해설사가 말했다. 진남루 근처엔 '산성찬호길'이 있다. 박찬호가 살던 집 주변 길에 아예 '찬호'라는 이름을 넣었다. 박찬호가 학창 시절 경사진 골목길을 시작으로 공산성 진남루까지 이어지는 길을 토끼뜀으로 다니며 하체를 단련했다는 길을 따라 걸어봤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일이 얼마나 힘든 건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진남루에 가기 전 쌍수정 근처에선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옛 왕궁지로 추정되는 이곳에서 유물이 다량 출토됐다. 1980년대까지 사람이 살던 이곳에서 의자왕이 나당연합군에 항복할 당시 전투 흔적들이 발굴됐단다.

쌍수정은 조선 인조가 피신을 왔던 곳이다. 이괄의 난 때 일주일 동안 이곳에 머물며 난이 평정되기를 기다렸다. 왕이 피난 왔다는 소식에 백성이 떡을 해다 바쳤다. 맛을 본 인조가 떡 이름을 묻자 신하들은 '임씨가 만든 떡'이라고 답했고 이에 왕은 "참으로 절미(絶味·더없이 맛있다는 뜻)다"고 말했다. 구전되면서 임절미가 인절미가 됐다는 이야기다. 매년 가을 열리는 백제문화제 때 인절미 이어 만들기를 한다. "금강철교 위에 자리를 잡고 500m 인절미에 도전하지만 여태 성공하지 못했어요. 자원봉사자들이 중간에 참지 못하고 계속 떡을 집어 먹어서 그렇답니다." 엄기영 해설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느 지방 도시와 마찬가지로 공주에서도 원도심 살리기 사업이 한창이다. 공산성에서 1.5㎞ 떨어진 하숙마을이 대표적이다. 공주하숙마을은 요즘 감성에 맞게 꾸며진 동네다. 이곳은 1960~1970년대 실제로 하숙촌이 있었다. 충청도를 대표하는 교육도시였던 공주엔 인근 지역에서 유학을 오는 학생이 많았는데 대부분 제민천을 중심으로 중학동·중동·반죽동에 몰려 살면서 자연스레 하숙촌이 형성됐다. 왜 하필 이곳일까라는 의문은 지도를 검색하면 금방 해결된다. 지금도 이 일대엔 유난히 학교가 많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0곳이 넘는다. 그 옛날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을 벽화로 남기고 옛 건물을 리모델링해 게스트하우스, 카페, 식당으로 꾸몄다.

공주하숙마을에서 국립공주박물관까지는 2.8㎞ 거리이며, 도보로 약 40분이 걸린다. 버스를 이용하면 이동시간이 반으로 줄지만 도보로 가는 길에 송산리고분군, 무령왕릉, 공주한옥마을을 지나기 때문에 날씨와 컨디션만 허락한다면 걷는 것도 좋겠다.

공주의 역사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면 국립공주박물관으로 가자. 웅진백제기를 중심으로 무령왕릉 유물과 다양한 유물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무령왕릉 내부 바닥과 똑같은 크기의 장을 설치하고 출토된 유물을 원래 상태로 배치해 마치 왕릉 내부를 구경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국립공주박물관엔 무령왕릉 왕비 무덤에서 출토된 동탁은잔이 전시돼 있는데,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이슈가 된 인면조신이 잔 받침에 새겨져 있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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