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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지금 겨울 왕국을 연상케 할 정도로, 사방이 분칠해 놓은 듯 하얀 빛으로 눈부시다. 사계절 저마다 매력적이지만 특히 스위스의 겨울은 그 어떤 계절보다 아름답고 흥미롭다. 그런 까닭에 '윈터 원더랜드'라는 별칭이 붙었다.
스위스의 겨울은 11월에서 4월까지 이어지는데, 1월부터 2월까지가 스위스 겨울의 하이라이트다. 본격적으로 눈이 오기 전까지는 구름도 많고 날씨 변화도 잦다. 특히 호숫가에 위치한 스위스의 주요 도시들은 호수 위로 구름이 머무는 탓에 해를 제대로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 이때부터 따뜻한 햇살이 그리운 스위스인들의 겨울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첫 시작은 바로 해발 4000m 알프스 동네 뒷산으로 아침 일찍 향하는 것. 구름 위로 높이 올라 해를 만나기 위해서다. 보통 유럽의 겨울처럼 스위스의 겨울도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기 때문에, 아침부터 서둘러 가면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까지 모두 감상할 수 있다. 구름이 만들어 내는 운해의 대 장관은, 아침 일찍부터 바지런을 떨고 산을 오른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대자연의 선물이다. 스위스의 겨울 산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스포츠다. 콧물이 굳은 채로 작은 배낭을 스스로 등에 짊어지고 올라온 어린아이부터, 연세 지긋하신 노년의 부부까지, 취향 따라 제각각 스위스의 겨울 산을 만끽한다. 등산 열차,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올라 하이킹 스틱 콕콕 찍으며, 등산 열차길 등산로를 오르내리거나 소복이 눈 쌓인 알프스의 동네 뒷산을 알파인 스키나 크로스컨트리스키를 타고 종횡무진 누비기도 한다. 종종 슬로프가 아닌 곳에서 프리스타일 스키를 즐기는 젊은이들도 눈에 띈다. 스위스인들은 보통 겨울 휴가도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 내고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한다. 재미있는 것은 겨울 휴가의 행선지가 어려서 부모님과 와 본 곳을 다 커서 자기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다시 찾는다는 것. 또 수년간 같은 곳을 가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구들과 신나게 겨울 스포츠를 즐기면서, 몸을 녹여주거나 맛난 음식을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장에서의 시간을 길고 알차다. 슬로프 중간에 위치한 스위스 전통 가옥인 샬레(Chalet) 스타일의 산장 테라스에서 해를 마주하며, 카페에 독주를 넣은 카페 슈냅스(Kaffee Schnapps)를 마시거나 애플 잼을 발라먹는 알파인 마카로니, '치즈 퐁뒤(Fondue)' 등을 맛본다. 식사 후엔 야외 온천 스파에서 몸을 담그며 눈 쌓인 알프스 뒤로 지는 석양을 바라본다. 이들의 이런 여유로운 겨울 일상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은 천국이 따로 필요할까 싶다.
[김지인 스위스정부관관청 한국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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