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IS 격퇴했다” 선언 논란
시리아 북부에서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한 자폭공격이 발생해 미군 포함 19명이 사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IS 격퇴’를 선언한 후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이같은 공격이 일어난 것이다.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을 노린 공격으로 미국인 다수가 사망함에 따라 워싱턴 정가 안팎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방침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16일(다마스쿠스 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알레포주(州) 만비즈 중심부의 한 식당 근처에서 폭탄 공격이 발생해 미국인 4명과 쿠르드 민병대원 5명, 현지 민간인 10명 등 최소 1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고했다.
미국인 사망자 중 2명은 미군이고 2명은 민간인이라고 AP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전했다.
미군은 “미군들이 순찰 활동 수행 중 일어난 폭발로 사망했다”며 미국인 4명이 사망하고 미군 3명이 다쳤다고 확인했다.
이는 “미 국방부가 IS와 전쟁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미국인이 사망한 사건”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철군을 시작했으나 강력한 위협이 남아있다는 신호”라고 WP는 지적했다.
터키 국영 테레테 방송 등 터키 언론은 목표물이 된 순찰대 일행에 미군과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 외에 프랑스군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공격 직후 수니파 무장조직 IS는 선전매체 아마크를 통해 공격 배후를 자처했다.
IS는 아마크에 올린 성명에서 “폭탄조끼를 착용한 자살 공격자 아부 야신 알샤미가 만비즈에 있는 까스르 알람라 식당 근처에서 십자군 동맹과 PKK(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의 약칭) 배교자로 구성된 정찰대를 향해 폭탄을 터뜨렸다”고 주장했다. ‘십자군 동맹’은 IS가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을 지칭하는 용어이며, ‘PKK 배교자’는 YPG를 뜻한다.
만비즈는 미군을 등에 업은 쿠르드 민병대가 2016년 IS를 몰아내고 장악한 곳이다. 만비즈를 비롯한 알레포 일대에 IS 잔당이 은신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만비즈에서 국제동맹군을 노린 대규모 공격은 드물었다.
이날 공격은 지난 10일 미군이 시리아 북부에서 철수를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 돼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IS를 무찔렀다”고 선언하며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한다고 밝혔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날 IS 격퇴를 선언한 것도 논란이 됐다.
그는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칼리프(이슬람교 왕국)는 허물어졌고 ISIS(IS의 옛 이름)는 격퇴됐다”면서 “최고통수권자의 리더십과 우리 군의 용기, 희생 덕분에 ISIS에 대한 전투에서 손을 떼고 우리의 군대를 집으로 복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이번 사고는 미국이 시리아 철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 부대원들이 사망한 지 몇 시간 안 돼 펜스 부통령이 IS 격퇴를 선언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트럼프 정부의 시리아 전략 부재를 맹비난했다.
리처드 블루멘털(코네티컷) 상원의원은 “전장에서 일어난 이번 비극 은 미국이 얼마나 전략도 계획도 없는지를 보여준다”며 “계획도 전략도 없는 급격한 철수는 우리의 군대를 더욱 위험에 처하게 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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