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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27년 전 배관 설치부터 불량…백석역 온수관 사고도 인재(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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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백석역 온수관 사고 중간 수사결과 발표

국과수 "91년 배관설치 당시 용접 불량이 확인"

경찰, 지역난방공사 · 하청업체 관계자 등 9명 입건

지난달 4일 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고양시 백석역 열온수관 파열사고도 인재(人災)였다.

1991년 열온수관을 설치할 당시부터 배관 연결 부위 용접이 불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2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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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경기도 일산 백석동 인근에서 온수관이 파열돼 흰 연기가 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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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 15일 경찰에 전달한 감정 결과에 따르면 1991년 열온수관 설치 공사 당시부터 배관 연결부위가 용접 불량으로 접합돼 있었다.

여기에 배관으로 장기간 뜨거운 물이 오가면서 생긴 내부 변동압력 등으로 배관이 분리돼 사고가 났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열온수관은 긴 배관을 50~58㎝로 잘라서 연결 부위를 용접해 이어지게 하는구조"라며 "연결 부위에 용접하면서 용접용액을 배관 두께만큼 채워야 하는데 절반 정도만 채운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배관 설치 당시부터 용접이 잘못되어 있었지만 이를 관리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다. 문제가 된 부위를 보수한 흔적도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부실 공사에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의 안전점검 미실시와 사고 당시 초동 조치 부실이 사고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사고 당일 오후 8시35분쯤 백석역 인근 도로에서 지하 배관이 파열된 사실을 인지했는데도 메인 배관을 잠그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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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역 온수관 파열.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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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평소 수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압력 수치로 미뤄 긴급 상황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단순히 온수 사용량이 늘어난 것으로만 짐작하고 오히려 압력을 높이는 조치를 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 통제실 관리책임자 A씨와 직원 등 4명을 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배관 책임자는 현장 점검을 하는 하청업체가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는지 감독하고 평소 배관 상태도 관리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들은 사고 당시 현장으로 출동하는 데도 40여분 정도 소요되는 등 신속 대응하지 못했다.

현장 하청업체도 사고 당일 현장에서 지반에 균열이나 패임이 있는지, 연기가 나는지 등을 맨눈으로 진행해야 할 점검 작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열온수관 관리책임자 B씨와 직원 등 2명과 하청업체 소장 C씨 등 3명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1991년 배관 설치 당시 공사에 투입한 배관 용접공도 수소문하고 있다"며 "한국지역난방공사 본사와 고양사업소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부실공사와 안전점검·초동조치 미흡 등을 면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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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발생한 지역 난방공사 온수 배관 파열 사고 복구작업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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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달 4일 오후 8시40분쯤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열온수관이 파열됐다. 이 사고로 인근 도로에서 차량에 타고 있던 송모(69)씨가 화상으로 숨졌다. 송씨를 포함해 55명의 인명피해가 났고 74건의 재산 피해가 접수됐다.

고양=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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