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19세기 피아노 거장 프란츠 리스트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좀 더 보라색 톤으로 연주해달라고 요청하며 지휘했다. 마릴린 먼로는 소리에서 알록달록한 진동을 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 중에는 남들과 다른 공감각을 지닌 이들이 많았다.
'거울촉각 공감각'의 저자 조엘 살리나스는 매우 특별한 공감각 능력을 지녔다. 그는 의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촉각을 느끼는 것을 보면 물리적으로 똑같은 감각을 느낀다. 예를 들어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을 보면 그 아이의 무게감을 자신도 느낀다. 다른 사람의 감정과 신체적 감각을 실제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신경학적 현상을 거울 촉각 공감각이라고 한다.
살리나스에게 포옹은 완전히 몰입되고 압도당하는 경험이다. 그는 포옹을 통해 다른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온기와 안정감을 느낀다. 포옹에 대해 '숫자 4가 내 안에서 영감을 준 것과 같은 서늘한 은청색 느낌도 준다'고 그는 말한다. 어렸을 때 그는 숫자나 글자에 색깔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숫자나 글자의 색깔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한참 성장한 후에야 알았다.
살리나스는 자신이 이처럼 특별한 공감각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에 처음에 당황해 하지만 점차 다른 사람과 교감할 수 있고 그래서 부보님이나 친구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살리나스는 하버드대에서 수련한 임상 연구자이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신경과 의사로 뇌 건강, 사회역학, 신경정신의학, 인지행동 신경학을 전공했다. 그의 공감각 능력은 환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환자들이 느끼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지각인지연구소에서 실시한 공감각 능력 테스트에서 그는 평균적인 공감각자보다 세 배 이상 공감각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공감각에 관한 최초의 과학적 설명은 19세기 초에 등장했으며 공감각에 대한 연구가 1980~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시작됐다. 살리나스는 공감각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이뤄지기를 바라며 자신이 살면서 경험한 공감각 경험과 생각들을 책에 담았다. 그는 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공감각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의 끝 부분에 그는 관점의 다양성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아네칸타바다(Anekantavada)'를 언급했다. 진실과 현실은 다양한 관점에서 다르게 지각되며 어떤 하나의 관점도 완벽한 진실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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