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계와 소통 나섰지만
투자 5% 넘게 줄자 기업 달래기..최저임금 정책변화 등 체감 못해
기업, 노동비용 증가에 시름
최저임금 인상 2년간 30% 육박..탄력근로제도 노조 반대땐 불발
올 들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이 친기업 행보에 나선 것은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와 고용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경기하강 및 고용부진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고용의 키를 쥐고 있는 기업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기업들은 정부가 재계와 소통 기회를 늘리고 있는 것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만 경제정책 기조 변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만이다. 미래 먹거리도 중요하지만 당장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급격하고 경직된 노동정책으로 기업의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들 정책기조에 불안 여전
지난해 하반기 고용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설비투자가 급격히 감소하자 소수의 경제부처 관료들과 경제정책 자문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의 화두는 대기업 등 민간투자 유도였다. 정부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고, 이들에게 시장친화적인 확실한 시그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기상황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위급하다는 방증이었다.
실제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설비투자는 급격하게 침체되고 있다. 기업심리도 가라앉았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 설비투자는 전분기 대비 5.7% 줄었다. 3·4분기 역시 4.4% 감소했다. 반도체 투자가 주춤한 게 주요 이유다. 반도체를 빼면 지난 몇 년간 설비투자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들의 경기전망을 엿볼 수 있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지난해 12월 72로 2년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서 자기자본비율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전체 산업의 자기자본비율은 54.65%이며 제조업으로 한정하면 60%를 넘는다. 지난 2014년 42.64%였던 우리 기업의 자기자본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자기자본비율이 50%를 넘으면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반대로 투자를 안하고 돈을 쌓아놓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변화나 탄력근로제 도입과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이것만으로 정책기조가 바뀌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노동계의 반대를 뚫고 경제계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정책에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런 논의들이 지연되면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책기조 변화에 대한 혼재된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바뀐 것이 없어 정책기조가 변화됐다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
■노동비용 증가로 경영환경 악화
재계 관계자는 "(혁신성장을 통한) 미래의 먹거리를 위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당장 경영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는 정책에 대한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도 2년 동안 30% 가까이 인상됐다.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한계기업과 자영업에 직격탄이 됐다. 기업들은 업종별·지역별 등으로 구분해 적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경제계의 의견을 반영해 최근 개편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고, 최저임금 결정에 경제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 반대를 무릅쓰고 입법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가 침체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기업들의 의견을 조금 들어주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변한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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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정책기조에 불안 여전
지난해 하반기 고용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설비투자가 급격히 감소하자 소수의 경제부처 관료들과 경제정책 자문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의 화두는 대기업 등 민간투자 유도였다. 정부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고, 이들에게 시장친화적인 확실한 시그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기상황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위급하다는 방증이었다.
실제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설비투자는 급격하게 침체되고 있다. 기업심리도 가라앉았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 설비투자는 전분기 대비 5.7% 줄었다. 3·4분기 역시 4.4% 감소했다. 반도체 투자가 주춤한 게 주요 이유다. 반도체를 빼면 지난 몇 년간 설비투자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들의 경기전망을 엿볼 수 있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지난해 12월 72로 2년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서 자기자본비율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전체 산업의 자기자본비율은 54.65%이며 제조업으로 한정하면 60%를 넘는다. 지난 2014년 42.64%였던 우리 기업의 자기자본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자기자본비율이 50%를 넘으면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반대로 투자를 안하고 돈을 쌓아놓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투자 및 고용에 나서도록 기업들을 달래고 있지만 반응은 아직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소통의 전제조건은 정책기조 변화인데 아직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게 이유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변화나 탄력근로제 도입과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이것만으로 정책기조가 바뀌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노동계의 반대를 뚫고 경제계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정책에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런 논의들이 지연되면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책기조 변화에 대한 혼재된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바뀐 것이 없어 정책기조가 변화됐다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
■노동비용 증가로 경영환경 악화
재계 관계자는 "(혁신성장을 통한) 미래의 먹거리를 위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당장 경영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는 정책에 대한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통으로 꼽는 것이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이다. 현재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경제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짧은 단위 기간을 문제 삼는다. 예를 들어 1년에 성수기가 2~3개월씩 2번이거나 생산물량을 맞추기 위해 집중근로가 필요한 시기가 3~4개월이 넘는 경우 탄력적 근로시간제 6개월 단위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 성태윤 교수는 "경직된 적용이 노동비용 상승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최소한 1년 단위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되려면 직무·부서원의 의사가 아닌 과반수 노조 등 전체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어 노동조합이 반대할 경우 활용조차 못하는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도 2년 동안 30% 가까이 인상됐다.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한계기업과 자영업에 직격탄이 됐다. 기업들은 업종별·지역별 등으로 구분해 적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경제계의 의견을 반영해 최근 개편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고, 최저임금 결정에 경제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 반대를 무릅쓰고 입법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가 침체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기업들의 의견을 조금 들어주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변한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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