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나카노역 옆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어린 소녀. 앤드루 폴크 ⓒ 2018 THE NEW YORK 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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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대도시인 도쿄는 도시 몸집이 우후죽순 커졌다. 그래서 딱히 어디가 중심지라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외곽 지역에도 고층 건물이 빽빽이 들어서 중심지라는 개념을 없애 버렸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서쪽 시부야부터 동쪽 긴자다. 이곳은 항상 인파로 가득 차 활기가 넘친다. 하지만 여행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화려한 전광판에 한눈을 팔지 말고 골목 구석구석을 누벼보길 추천한다. 평화로운 나카메구로나 다양한 매력을 품은 고엔지가 좋겠다. 여행이 끝난 후에도 여행하고 싶어지는 도시, 도쿄에서 여행의 참맛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인디문화의 메카 시모키타자와의 불금
도쿄 여행을 아오야마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럭셔리 부티크가 대거 들어서 있다. 스타 건축가의 손길을 거친 부티크들은 외관이 화려해 이목을 끈다. 대표적으로는 헤르조그 프라다 스토어와 미우미우 스토어 같은 곳이 있다. 아오야마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네즈 미술관이다. 일본 건축가 겐고 구마의 작품으로 유명한 이 미술관은 갤러리 6개를 통해 일본 근대 미술과 동아시아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놓칠 수 없는 장소는 일본식 정원이다. 산책하기 좋은 돌길이 연못을 따라 조성돼 있으며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붉게 물든다.
술을 사랑하는 미식가라면 꼭 찍어야 할 곳도 있다. 좌석이 단 8석뿐인 겐 야마모토 칵테일바. 일본산 참나무 목재로 만든 바에 앉으면 빳빳한 화이트 재킷을 입은 바텐더 겐 씨가 독특한 칵테일을 내어준다. 가고시마, 가가와에서 온 금귤같이 신선한 계절 재료를 사용해 밸런스가 잘 맞는 칵테일이 예사롭지 않은 잔에 담겨 나온다. 칵테일 4잔을 테이스팅할 수 있는 코스 메뉴가 4500엔(약 4만6000원)이다.
저녁 무렵. 나카메구로의 좁은 골목길과 메구로강을 따라 늘어선 가로수길을 느긋하게 거닐다 보면 슬슬 배가 고파진다. 분위기 좋은 2층 레스토랑인 나카메구로 이구치에서 허기를 달래보자. 10명이 앉을 수 있는 바 형태 좌석이며, 눈앞에서 친절한 셰프가 참숯에 꼬치구이를 구워 준다. 24개 코스인 세트 메뉴는 주로 닭고기로 구성돼 있으며 홋카이도산 카초카발로 치즈, 아보카도가 올라간 에그 커스터드, 레몬 껍질이 올라간 아스파라거스 같은 독특한 메뉴도 나온다.
불금 밤을 그냥 보낼 순 없다. 네온사인 가득한 시부야에서 벗어나 당신이 향해야 할 곳은 시모키타자와다. 서쪽에서 3.2㎞(2마일) 정도 떨어져 있으며 소규모 라이브 공연장이 많아 인디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방가르드 팝부터 펑크까지 공연장에서 선보이는 음악 장르도 다양하다. 공연장 중 하나인 셸터는 현지 록밴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스테이지가 체스판 모양으로 꾸며져 있어 인상적이다.
◆ 오타쿠 동네 나카노역서 치맥
에도 시대에 만들어진 고이시카와 고라쿠엔 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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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향한 곳은 롯폰기. 롯폰기는 밤이 되면 술 취한 외국인들로 가득해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대신 낮 시간에 롯폰기의 문화 명소를 둘러보는 편이 낫다. 먼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전시장을 가진 국립미술박물관부터 방문해보자. 유리와 철재를 잘 깎아 만든 외관 뒤로 세계 정상급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21_21 디자인 사이트로 걸어가면 지하 갤러리를 갖춘 벙커 모양의 전시장이 나온다.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와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점심에 향한 곳은 도쿄 시내 최고급 스시 레스토랑, 스시 린. 스시 레스토랑, 게다가 도쿄, 최고급 수준이라면 저녁 식사는 엄두를 못 낸다. 영수증을 받으면 수없이 많은 '0'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점심은 다르다. 가격이 착해진다. 점심 오마카세 메뉴는 4000엔(약 4만1000원)이며 장인 정신이 깃든 훌륭한 스시를 맛볼 수 있다. 커트 글라스 사케잔 세트 뒤로 보이는 화려한 접시는 마치 예술작품을 전시한 듯하다.
도쿄에서의 주말은 스타일 여행이다. 가구라자카에 있는 라 가구부터 가보자. 예전에는 출판물 공장이었던 장소가 2014년 겐고 구마의 손을 거쳐 상점, 카페, 서점을 갖춘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2층짜리 널찍한 이 공간은 패션 아이템과 가정용품으로 채워져 있는데 실크 팬츠부터 덴마크식 바 카트까지 볼거리가 다양하다. 서쪽 방향에 있는 고엔지 기타코레 빌딩으로 가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상품을 만날 수 있다. 쓰러질 듯한 작은 가게가 옹기종기 모여 있고 분위기는 시끌벅적하다. 1980년대에 만든 미키마우스 맨투맨 티셔츠, 스터드가 잔뜩 박힌 보라색 라이더 재킷, 고릴라 홀로그램 등 빈티지한 물건이 가득한 곳이다.
저녁 무렵 찾은 곳은 동쪽 나카노역이다. 전철로 지척이니 접근성도 좋다. 오타쿠들이 좋아하는 동네인 나카노역에서 보물찾기하듯 술집을 찾았다. 만화 상점과 코스튬 상점이 미로같이 얽힌 이곳에 바 진가로가 숨겨져 있다. 중세 스칸디나비아 가구와 푸글렌 커피같이 노르웨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카페다. 근처에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면 나카노 비어 고보가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 야구팬이라면 도쿄돔도 꼭 볼 것
여행지에서도 여유로워지는 일요일. 훌륭한 커피숍이 가득한 도쿄에서 굳이 찾아가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온니버스 커피 나카메구로다. 2017년 현지 바리스타가 공원 뒤편에 만든 작은 카페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더블숏 라테를 마시기 좋은 최고의 자리는 원두 볶는 향이 풍기는 로스터 기계 옆자리다.
가볍게 모닝 커피를 마신 뒤 다이칸야마로 향한다. 패셔너블한 도쿄 사람들을 따라 멋진 숍이 즐비한 핫플레이스. 먼저 들러야 할 곳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 자부할 수 있는 다이칸야마 티사이트다. 이 복합공간은 디자인, 여행, 음악, 영화, 사진 등 다양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야구 팬이라면 도쿄돔에서 야구 경기를 직관하는 것도 강추. 도쿄돔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경기장으로 이색적 광경을 마주칠 수 있다. 다코야키 가판대와 생맥주 통을 들고 다니는 점원, 그리고 합동 응원까지 볼거리가 가득하다. 시즌 오프 기간에는 경기장에 있는 야구 명예의 전당에서 과거 미국 야구의 흔적을 찾아보자.
인그리드 윌리엄스 ⓒ 2017 THE NEW YORK TIMES ※ 뉴욕타임스 트래블 2017년 4월 27일자 기사
[정리 = 배혜린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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