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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24조 23개 사업 예타면제]남부내륙철도 4.7조·평택~오송 복복선 3.1조 '지역별 나눠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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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고용효과 분석도 없이 시도별 1~2개씩 골고루 면제

이미 예타 거쳐 사업성 부족 판명된 사업까지 '프리패스'

김경수·송철호 공약사업 포함에 "文 측근챙기기" 비판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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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9일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게 될 사업을 공개하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지역 경제의 활력을 높여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의미다. 문제는 선정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시도별로 1~2개 사업씩 골고루 면제받은 것을 제외하면 어떤 이유로 예타를 면제받았는지 불분명하다. 경제성 부족으로 이미 예타에서 탈락했거나 심사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한 사업도 이번 예타 면제 대상에 다수 포함됐다. ‘지역별 나눠 먹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도별로 뿌려진 예타 ‘프리패스’···문(文) 측근 챙기기?=정부는 예타 면제라는 ‘프리패스’를 전국 14개 시도에 분배했다. 총 사업비 24조1,000억원 가운데 국비로만 18조5,000억원을 지원한다. 이번 예타 면제 사업 선정의 취지가 지역균형발전인 만큼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제외했다. 다만 수도권임에도 낙후된 접경지역은 예외로 했다.

예타 면제를 받은 사업은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 사업(10조9,000억원)을 시작으로 △도로·철도 등 인프라 확충(5조7,000억원) △지역 주민 삶의 질 개선(4조원)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통한 지역전략산업 육성(3조6,000억원) 등이다.

규모로는 경남의 남부내륙철도 사업이 가장 크다. 총 4조7,000억원으로 수도권(경부고속철도 등)과 경·남북 내륙을 연결하는 김천~거제 간 고속 간선철도를 구축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부경남 KTX의 임기 내 착공’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울산의 울산외곽순환도로(1조원)와 산재전문병원 건립 사업(2,000억원)도 예타 면제의 혜택을 받게 됐다. 역시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전북의 새만금 국제공항(8,000억원)도 예타가 면제된다. 지난 18일 이낙연 총리가 전북을 방문해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에 대한 예타 면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예타 면제 결과에 시민단체마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정부 발표 직후 “철저한 타당성 검증 없이 정치적으로 추진한 사업으로 인한 피해는 수십년간 국민이 떠안는다”고 지적했다.

◇‘사업 재검토’ 지적에도 예타 면제···경제·고용 효과 통계도 무(無)=정부는 이처럼 서울을 제외한 시도별로 최소 하나의 예타 ‘프리패스’를 지급하면서 구체적인 선정기준은 설명하지 않았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되 사업계획이 구체화돼 신속 추진이 가능한 사업이라고만 밝혔을 뿐이다. 예타를 면제해준 사업의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얼마나 되고 또 언제까지 추진할 수 있는지 등을 분석한 상세자료는 제시하지 못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일률적으로 모든 사업에 대한 일자리 창출이라든가 생산유발 효과를 산정하지는 않았다”며 “과거 예타 면제 사업이 가져온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정리한 자료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예타를 거쳐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분석된 사업도 예타 면제 대상에 다수 선정됐다. 이번 예타 면제 사업 중 가장 큰 규모인 경남의 남부내륙철도가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201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타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이 0.72로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성과 정책적 분석 및 지역균형발전을 모두 고려한 종합평가에서도 평가자 전원의 만장일치로 사업 시행의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대전의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 역시 2012년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고 지난해 1월부터 진행 중인 예타 재조사도 ‘통과가 쉽지 않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편 정부는 예타의 경제성 가중치를 낮추고 대상 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상반기까지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예비타당성을 통과하지 못한 사업을 그냥 면제해준다면 효율성·사업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R&D 사업의 경우 예타의 경제성 가중치가 높지 않은데 이를 낮춘다는 것 역시 현실적이지 않은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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