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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인수 ‘좌절’, 편의점 상위 3사 “FA 점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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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위 3사 상생혁신안 발표 ‘점포 수익 우선’ 경쟁 돌입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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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지난해 11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이어진 한국 미니스톱의 매각이 무산되면서 롯데의 미니스톱의 인수도 자연스럽게 좌절됐다. 지난 29일 한국미니스톱은 공식입장을 통해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롯데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당장의 문제인 신규 출점에 대해 다른 접근을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그렇다면 이후 세븐일레븐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후 국내 편의점 업계 경쟁 구도는 어떻게 될까.

    명분은 충분했다. 그러나,

    롯데가 미니스톱을 ‘인수해야 할’ 명분은 충분했다. 2019년 최저임금 인상안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세븐일레븐의 신규 점포 출점 수는 급격하게 감소했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공교롭게도 상황이 나빠진 시점은 최저임금 인상 결정과 묘하게 들어맞았다.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세븐일레븐의 월평균 순수 증가 점포 수 42개를 기록했다. 한달에 약 6곳의 세븐일레븐이 새롭게 열린 셈이었는데 이는 8월을 기점으로 점점 꺾였고 같은 해 10월 점포 증가 수는 5개까지 감소했다. 2017년 10월의 세븐일레븐의 순수 증가 점포수가 55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자에게 가맹점포 수의 추이는 수익성과 직결된 문제다. 일련의 절박함은 롯데가 약 3000억원으로 평가된 미니스톱의 인수전에서 4000억원 이상을 부르며 글랜우드PE, 신세계(이마트)등 경쟁 업체들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그러나 롯데는 한 번 더 고민한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편의점이 이전과 같은 성장세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4000억원 이상의 큰 돈을 들이는 투자가 합리적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매출과 점포수 점유율 측면에서 이미 80%가 넘어있는 상위 3개사(CU(BGF리테일)ㆍGS25(GS리테일)ㆍ세븐일레븐(롯데 코리아세븐)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문제다. 설사 롯데가 미니스톱의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더라도 공정위가 문제를 제기하면 모든 것이 무산될 수도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미니스톱의 대주주인 일본 이온그룹도 매각 후의 실익을 고민했고, 결국 이온그룹은 한국 미니스톱 경영에 대해 ‘현행유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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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세븐일레븐의 ‘빠른’ 대응

    국내 편의점 업계 1,2위 브랜드인 CU와 GS25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결정 이후 각 경영 점주들의 운영부담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들을 제안했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각 점포의 최저수입 보조기간 연장, 희망폐업 보장, 지점 수익성 개선위한 지원 확대 등 내용이 반영된 나름의 ‘혁신안’으로 기존 점주들을 지키면서 새로운 점주들의 유입을 도모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관행대로라면 세븐일레븐도 지난해에 상생 혁신안을 내놓았어야 했으나, 미니스톱 인수로 유입될 수 있는 새로운 점주들과의 계약조건 조정 등 문제가 있어 발표가 미뤄졌다. 이에 지난 29일 한국미니스톱의 매각 철회 공식입장 발표 직후 세븐일레븐은 식료품 폐기 지원 제도의 적용 기준 완화, 가맹점 지원 위한 1000억원 상생 펀드 조성 그리고 새로운 가맹계약 조건인 ‘안정투자형’ 신설 등이 포함된 가맹계약 혁신안을 내놓았다.

    일련의 내용도 경쟁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세븐일레븐 혁신안의 골자도 기존 점주들의 이탈 방지와 새로운 점주들의 유입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이사는 “안정적인 점포 운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정책을 다양화하고 이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경영주 여러분들과의 지속 소통을 통해 동반성장에 기초한 100년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FA 점주 모시기 ‘각축전’ 시작

    점포 수 증가속도 둔화는 사실 세븐일레븐 ‘만’의 고민은 아니었기에 롯데의 미니스톱 인수 좌절은 CU와 GS25에게는 어떤 면에서 희소식이었다. 단순히 롯데와의 협상 좌절이 아닌 매각 자체의 철회이기에 신세계 등 다른 업체들에게 미니스톱 점포들이 넘어가는 일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각 편의점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관건은 기존 점주들의 이탈 방지와 가맹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소위 ‘FA(자유계약)’ 점주들의 유입이 됐다. 새로운 출점이 어렵다면 계약이 끝나는 다른 브랜드 점포의 점주들을 ‘모셔오는’ 것은 규제를 피하면서 가맹 점포수를 늘릴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출점제한 규제는 새롭게 출점되는 편의점 수의 증가로 계산되는 심규 점포에 적용되는 것이기에 브랜드의 전환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U 1위, GS25 2위, 세븐일레븐 3위 등 점포수를 기준으로 한 지금의 경쟁구도는 한동안 유지되게 됐다”면서 “결국 각 업체들은 신규 점포 수 감소라는 위기의 해결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경쟁 브랜드의 점주들을 데려오는 다양한 방법들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구도는 유지된 채 이제 각 브랜드들은 서로의 물적 자원인 기존 점포들을 최대한 지키면서, 다른 점포들을 뺏어오는 새로운 경쟁에 돌입했다.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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