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경의 '좌충우돌 아줌마의 북맹탈출 평양이야기'
김이경의 '좌충우돌 아줌마의 북맹탈출 평양이야기' |
(서울=뉴스1)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이솝우화에 이웃해 사는 여우와 학이 서로 식사에 초대했는데 오히려 갈등을 겪는 이야기가 있다. 여우가 학에게는 불편한 접시에 음식을 차려내 학에게 잘 먹으라고 하자 나중에 학이 주둥이가 뾰족한 그릇에 음식을 차린 후 여우를 초대해 복수했다는 내용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잘 가져가 보려면 서로를 잘 아는 것이 먼저라는 교훈이 담겨있다.
남과 북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내가 북한을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았던 때는 김일성대학 출신 주성하의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와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를 읽고 난 다음이었다. 북한을 취재한 남한 언론의 색다른 뉴스를 종종 대해도 '저건 북측이 남측에 보여주고 싶은 것들만 보여주는 위장'이란 편견으로 별다른 가치나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북한에 살 때 노동당 고위간부, 대학교수, 심지어 최고위층 측근 등 그럴싸한 이름표를 단 사람들이 종편 프로그램에 나와 북한에 대해 경쟁적으로 떠들었지만 그들이 단 이름표부터 확인도, 신뢰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채널부터 돌려버렸다.
문제는 많은 남한 국민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망라하는 북한의 실상에 대해 막연히 알거나 아예 정반대로 오해하고 있으면서도 '나는 북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북한은 어떠한 나라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장차 북한이 개방노선을 걷든, 통일을 위해 노력을 하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을 제대로 아는 것이 필수다. 위 주성하의 책과 김이경의 신간 '좌충우돌 아줌마의 북맹탈출 평양이야기'가 모두 북한의 실상을 다룬다. 다만 주성하가 북한 출신으로서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을 설명하려 든다면 김이경은 남한 사람으로서 북한을 이해하려 드는 관점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 두 사람의 책을 같이 읽을 때 북한(사람)에 대한 지식이 보다 입체적으로 진화한다.
'평양을 제집 드나들듯 했던 대북사업 전문가' 김이경은 지금도 북한 관련 협회를 꾸리며 인도적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민간인이다. 잦은 북한 방문을 통해 다양한 북한 사람들과 교류를 가졌다. 그 과정은 북한을 방문하는 초기의 저자를 포함한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잘 알지 못해 가지고 있던 착시, 편견, 오해, 이중성이 드러나거나 깨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특히 일사분란한 초대형 카드섹션이나 군인들의 각도 잡힌 행진으로 대변되는 집단주의, 탈북자들의 증언으로 익숙한 굶주림과 강제노동, 뉴스로 접한 대공포 공개처형, 킬러의 독살 같은 '을씨년스러운' 북한은 극히 일부의 북한만을 아는 것이다. 통제사회로 인식하는 북한에도 거주이전의 자유가 '충분히' 있고, 종교도 있고 정(情)도 많다. 반대로 거주이전의 자유가 무제한 있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남한 사람들이 원한다고 모두가 '압구정동'에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다만, 나는 북한을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북한 출신을 제대로 만나본 경우도 딱 한 번에 불과해 주성하나 김이경의 책이 다루는 북한에 대해 그것의 사실 여부를 따질 정보나 방법이 없다. 그저 저자의 판단이나 양심을 믿는 수밖에 도리가 없고, 주성하나 김이경이 전해주는 북한이 또한 '북한의 전부'는 아닐 거라고도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라는 나라와 주민들에 대한 생각은 많이 바뀌어서 어디서든 그들을 맞닥뜨려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좌충우돌 아줌마의 북맹탈출 평양이야기 / 김이경 지음 / 내일을여는책 펴냄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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