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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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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와 채제공…·무타협 미식가·우린 너무 몰랐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유성호 지음.

저자는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로 지난 20년간 1천500건의 부검을 담당했다. 누구보다 많이 죽음을 만났고, 누구보다 깊이 죽음을 성찰했다. 그 결과 죽음을 가까이할 때 역설적으로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죽음 지침서인 이 책은 법의학과 관련된 폭넓은 경험들,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논제들, 죽음에 관한 정의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죽음에 관한 다양한 논제들과 부검 사례를 엮어 '죽음의 과학적 이해'라는 교양강의를 서울대에 개설했다.

유 교수는 "죽음과 친숙한 삶이야말로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삶으로 새로워질 수 있다"며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위해 미리미리 죽음을 공부하고 준비하라고 권한다. 명확히 마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자신이 추구하려는 가치관에 따라 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죽음을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오늘' 그리고 '삶'이 갖는 의미를 깊이 되새길 수 있단다.

책은 법의학자의 시선으로 죽음을 풀어나가는 제1부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 생명과 죽음의 정의, 과거부터 오늘까지 죽음관의 변천,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제2부 '우리는 왜 죽는가', 그리고 죽음을 예감하고 남겼던 유언들을 소개하며 삶의 마지막 순간에 반드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제3부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로 구성돼 있다.

21세기북스 펴냄. 280쪽. 1만6천원.

연합뉴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정조와 채제공, 그리고 정약용 = 박영규 지음.

18세기는 정조의 시대였다. 세종에 이어 조선의 두 번째 르네상스를 구가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 수많은 혁신이 정조만의 작품일까? 변혁의 시대를 뒷받침한 조력자는 누구였을까?

저자는 18세기 르네상스를 선도한 세 인물인 정조와 채제공, 정약용의 이야기로 조선의 정치·사회·문화상을 다각적으로 다룬다. 정조는 문화 혁신을 주도한 호학군주였고, 채제공은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균형을 추구한 정승이었으며, 정약용은 신시대를 염원한 선구적 실학자였다.

이 책은 이들의 운명적 만남에서 신진 학문의 수용과 탕평의 추진, 수원 화성 프로젝트까지 혁신정치와 문예부흥의 전말과 동고동락한 정치 여정을 다룬다. 세 명의 인물을 동시에 조명하는 '삼각인물전'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는 저자는 그 첫 결실로 이번 저서를 내놨다.

김영사 펴냄. 376쪽. 1만5천원.

연합뉴스

정조와 채제공, 그리고 정약용



▲ 무타협 미식가 = 기타오지 로산진 지음.

일본의 예술가이자 전설적 미식가인 저자(1883~1959)가 남긴 미식론 글을 모아 엮은 책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음식 에세이들이 실렸다.

저자는 70년 동안 미식 인생을 살아가며 무타협 미식 철학을 세웠다. 그는 "사람의 인생은 단 한 번뿐이므로 하루 세 끼 중 단 한 끼라도 허투루 먹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철저히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맛에 대한 깐깐함으로 무장한 그는 절대 미식을 추구했고, 후대는 그를 '현대 일본 요리의 원점을 창조한 사람'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가 말하는 참된 미식이란 '식재료가 지닌 자연 그대로의 맛을 즐기는 일'이며, 제대로 된 요리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일'이다. 음식 맛의 90%는 재료 그 자체의 맛이라는 것. 저자의 이런 견해는 짜고, 달고, 매운 양념이 요리의 본령인양 생각하는 최근의 통념을 뒤집는다.

이 책은 단순한 요리책이 아니다. 저자에게 요리는 '도리를 다스리는 일'이란다. 그에게 미식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추구하는 일이 아니라 하루도 의미 없이 살지 않겠다는 삶의 의지다. 즉 요리란 기술이 아닌 철학이라는 것. 이와 관련해 저자는 "복어 먹다 죽는 게 의미 없이 사는 것보다 낫다"고 설파했다. 이 같은 그의 미식 철학은 현란한 조리 기술이 요리의 왕도인양 여기는 우리 음식계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한다.

허클베리북스 펴냄. 김유 옮김. 240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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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타협 미식가



▲ 우린 너무 몰랐다 = 김용옥 지음.

제주4·3과 여순사건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전후에 벌어진 비극으로 반공체제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책은 해방정국과 제주4·3, 여순사건으로 이어지는 격동기의 참혹한 역사 현장을 파헤친다.

제주4·3사건은 특별법이 만들어져 진압과정에서 무리한 국가폭력이 인정됐고, 정부의 공식 사과와 기념일 제정도 이뤄졌다. 현지 주둔 군부대의 제주 토벌 출동 거부로 야기된 여순사건은 항명이 아니라 군인에게 자국민을 학살하라는 부당한 명령에 대한 정의로운 거부였다.

저자는 문제의 근인(近因)과 원인(遠因)을 밝히면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온전한 전모와 바른 이해를 전하려 한다. 이 책에는 제주와 여수에 대한 핍박과 수난의 역사, 과거 탐라국의 위용과 여수 지역 민중의 영웅적 이야기를 담았다. 부록으로는 1943년부터 1955년까지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국제적 사건과 해방 이후의 정국, 제주와 여순에서의 민중학생과 관련 주요사건을 망라한 연표가 실렸다.

통나무 펴냄. 400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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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너무 몰랐다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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