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철 교수 '시민종교' 다룬 학술서 2권 출간
촛불과 태극기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사회를 도식적으로 해석하는 틀은 성별, 연령, 거주지, 소득 등 다양하다.
정치에서는 흔히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정권 창출을 목표로 삼는 정당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수·중도·진보로 규정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대한민국 거리는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됐다. 여기에는 촛불이 반박(反朴), 태극기가 친박(親朴)이라는 프레임이 적용됐다.
사회학 박사인 강인철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는 성균관대 출판부가 펴낸 신간 '시민종교의 탄생'과 '경합하는 시민종교들'에서 현대 한국사회를 '시민종교'(Civil Religion)라는 잣대로 분석한다.
시민종교는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세속국가가 출현하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저자는 시민종교에 대해 "유사종교적 형태로 민족·종족 혹은 국가를 성화(聖化)하며, 개별화된 시민들을 종교·계급·신분·지역을 뛰어넘어 민족 혹은 국가라는 거대한 집단으로 결속시킨다"고 설명한다.
국가에서 시민종교는 기념일과 공휴일, 국가와 국기, 국가의례, 국립묘지, 기념 조형물, 박물관과 기념관, 동상과 영정 같은 다채로운 형태로 형상화된다.
저자는 사회통합 측면에서 시민종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면서 "지배 엘리트 입장에서 보면 시민종교에 기초한 사회통합이야말로 '헤게모니적 통합'을 이루는 비결"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보기에 해방 이후 대한민국에서 대세가 된 시민종교는 '반공-자유민주주의'다. 민족주의, 발전주의, 반공주의, 자유민주주의, 친미주의를 5개 기본교리로 하는 '반공-자유민주주의'는 한국전쟁 이후 급속하게 퍼졌다.
시민종교에서 성직자 혹은 신학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지식인이다. 지식인은 시민종교 발전과 변형 과정에서 교리를 공고화하고, 의례를 집전하며, 상징을 디자인한다.
저자는 지식인을 '사제 진영'과 '예언자 진영'으로 구분한다. 사제적 지식인은 시민종교에 협력하고 영합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반골 기질이 있는 예언자적 지식인은 저항하고 비판한다.
1950년대 이후 한국인의 내면을 잠식한 '반공-자유민주주의' 시민종교는 1972년 유신체제가 들어서면서 예언자적 지식인의 공격을 받아 분화를 시작한다.
저자는 "유신체제는 '반공-자유민주주의' 시민종교의 내적 모순과 이율배반이 절정에 도달하는 한편, 시민종교 자체가 '반공-국가주의' 시민종교로 변질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1980년 5·18 광주항쟁과 민간인 학살은 박정희 체제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시민종교의 분화를 재촉했다"고 진단한다.
1987년 민주화를 거치면서 한국에서는 사제 진영의 '반공-국가주의'와 예언자 진영의 '민주-공화주의'가 시민종교의 두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저자 생각이다.
두 시민종교의 갈등은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강화됐고, 지금도 교착 상태는 지속한다. 양측이 충돌하면서 일어난 사건 중 대표적 예가 '민주-공화주의'가 추진한 촛불 집회와 '반공-국가주의'가 개최한 태극기 집회였다.
이에 대해 저자는 "태극기 집회와 촛불 집회 대결에서 시민종교 갈등은 절정에 이르렀다"며 "최근 수십 년을 통틀어 우리 사회의 문화-이데올로기적 내전이 이때만큼 선명하고 화려하게 가시화된 적은 없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앞으로 성숙하지 않은 두 시민종교의 분화가 이어질지, 통합적 시민종교가 탄생할지는 알 수 없다고 전망한다.
그러면서도 "사회경제적 양극화 못지않게 문화-이데올로기적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상황은 적대하는 두 시민종교의 분화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를 내놓는다.
한국사회 갈등의 원인을 '시민종교'로 보는 저자 시각은 참신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촛불 진영과 태극기 진영은 각자의 의견만 외칠 뿐, 사실상 접점이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시민종교라는 용어를 이념이나 이데올로기로 바꿔도 저자 주장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올 듯하다.
시민종교의 탄생 = 596쪽. 3만5천원. 경합하는 시민종교들 = 800쪽. 4만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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