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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조세 형평성 vs 세금 부담"…표준지 공시지가 오른다 [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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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낮은 현실화율 시정·조세 형평성 강화 포석 / 표준지 공시가 평균 9.5% 상승 예고 / ‘금싸라기’ 많은 강남 등 20%대 급등 예상 / 그동안 땅 많은 대기업에 세제 혜택 비판 / GBC부지 ㎡당 4000만원 → 5670만원 / 건보료·SOC사업 토지 보상비에도 영향

세계일보

‘조세 형평성’을 내세운 정부의 부동산 가격 현실화 정책에 따라 13일 발표되는 표준지 공시지가가 10%에 육박하는 높은 상승률이 예고됐다. 역대 최대 상승폭(9.13%)을 기록했던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이어 땅값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도 급등이 확실시된다. 4월로 예고된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이 같은 상승랠리에 합류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7일 국토교통부와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 평균 상승률은 9.5%로 예상된다. 이는 2008년(9.6%) 이후 11년 만의 최대 상승률인 데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듬해에 전년보다 2%포인트 가까이 올린 2018년의 6.02%보다도 상승폭이 월등히 크다.

‘금싸라기’ 땅이 많은 서울 강남구와 중구, 영등포구 등에서 20%대의 높은 상승률이 예상된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인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네이처리퍼블릭 부지(169.3㎡)의 공시지가는 2018년 ㎡당 9130만원에서 올해 1억8300만원으로 2배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 명동2가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 부지도 8860만원에서 1억7750만원으로 각각 100% 넘게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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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실제 거래되는 토지 가격보다 낮은 현실화율을 바로잡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또 정부는 토지가격이 높을수록 공시지가를 크게 올려 조세 형평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역대 정부는 주택 공시가격보다 토지 공시지가를 좀 더 보수적으로 매겼다. 토지 가격은 건물 설립이나 건물 임대 시 ‘기반가격’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하지만 저렴한 공시지가로 낮은 보유세가 부과되면서 토지를 많이 보유한 대기업이나 다건물 소유자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거셌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지난해 4월 5대 재벌 소유 부동산의 공시지가를 분석한 결과 시세의 39%에 불과해 연간 2200억원의 보유세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서울 강남구 삼성동 GBC(옛 한전부지) 시세반영률이 25%에 불과해 2년간 1111억원의 세금 특혜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올해엔 사정이 다르다. GBC 부지의 공시지가는 ㎡당 4000만원에서 5670만원으로 상승하는데, 전체 공시가격이 3조1737억원에서 4조4987억원으로 1조3250억원 증가한다.

급격한 공시지가 인상에 따른 국민의 세금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시지가가 오르면 이를 토대로 산출하는 보유세도 자연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 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소유주는 지난해 6620만원을 보유세로 냈지만, 올해에는 9929만원을 내야 한다. 공시지가가 인상되면 건강보험료 등 다른 간접세 상승도 일어난다.

고가 부동산 소유자들이 세금 인상을 고스란히 자신들의 부담으로 할지 의문시된다. 임대료 인상을 통해 세금인상을 벌충하려 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중구, 서초구와 성동구, 성북구 등은 정부 취지는 수용하지만 국민 부담이 늘어난다며 공시지가 인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혜택을 보는 경우도 있다. 재개발이나 신도시, SOC(사회간접자본) 건설 지역들은 지가가 오를수록 보상비가 올라간다. 3기 신도시 후보지인 경기 하남 교산지구의 일부 땅 주인 등은 지가 상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보안 속에 공시지가 확정 절차를 밟고 있다. 일각에서는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도 예고된 상승폭보다 실제 폭이 낮았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예상보다는 상승폭이 낮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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