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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오늘 탄력근로제 확대 막판 논의…합의는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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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사노위서 추가 회의 “18일에 논의 마무리”한다지만

앞서 5차례 회의서 노사 이견만…“정부, 과거 방식 되풀이한 셈”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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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적용 문제를 놓고 한 달여간 진행된 사회적 대화가 곧 마무리된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서로의 의견 차이만 확인했을 뿐,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다. 합의가 안 되면 국회엔 공익위원들이 낸 안이나, 그동안의 논의 경과만을 넘기게 된다. 애초 여당과 정부가 먼저 의제는 물론 시한도 사실상 2월 임시국회까지로 정하고 사회적 대화를 주문한 것 자체가 잘못됐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8일 오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6차 전체회의를 열었다. 회의에 앞서 노·사·공 3자는 별도 간사단 회의를 열어 오는 13일과 18일 두 차례 더 회의를 연 뒤 탄력근로제 관련 논의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20일 1차 회의 이후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8차례의 회의로 논의가 끝나는 것이다. 이날 회의는 여야 대치로 국회 일정이 지연되면서 한국노총이 위원회 쪽의 추가 논의 제안을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8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논의 상황에 반발해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했는데 이날 노동시간제도개선위 회의에만 복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화 전망은 밝지 않다. 노사 간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한국노총은 회의 참석에 앞서 밝힌 성명에서 “그간 다섯 차례 회의를 통해 정부 실태조사, 현장사례 발표를 중심으로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를 논의했지만 경영계가 단위 기간 확대 필요성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현행 제도만으로도 노동시간 단축 정책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할 필요성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최장 단위기간을 현재 3개월에서 1년까지 늘려야 한다는 경영계 주장이나 6개월 수준이 적정하다 보는 정부 의견과 차이가 큰 것이다.

한국노총 주장은 기업의 탄력근로제 도입률은 3.2%에 불과하고, 도입 계획 역시 7% 미만으로 요구 자체가 매우 적었다는 정부의 산업현장 실태조사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경영계 요청으로 2주 동안 진행했던 현장사례 발표 결과도 정부 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이는 현행 제도만으로도 노동시간 단축정책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라며 “탄력근로는 단위기간 확대가 아니라 현행 제도의 오·남용을 방지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포괄임금제 등 공짜노동 근절 문제와 5인 미만 사업장이나 특례존치 업종 등 노동시간 사각지대를 해소할 대책을 선행적, 아니면 최소한 병행적으로라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요하지도 않은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만 할 게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정책이 제대로 구현되도록 다른 수단들도 함께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다섯 차례 회의는 노·사 양쪽의 주장과 의견을 확인하고 국내외 사례를 검토하는 선에서 진행됐을 뿐, 실질적 ‘협상’이라 할 의견 조율 과정은 없었다. 경사노위 사무처가 정리한 회의 결과를 보면, 지난해 12월20일 열린 1차 회의는 정부 실태조사 결과를 듣고 회의 일정 같은 위원회 운영 계획을 정하는 자리였고, 12월26일에 열린 2차 회의에선 일본과 프랑스의 사례를 공유했을 뿐이다. 지난달 3일 열린 3차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독일 사례와 노동시간 관련 각종 국제 협약, 권고, 지침 등을 확인했다. 지난달 10일과 17일에 각각 열린 4차, 5차 회의에선 노사 양쪽이 추천한 현장 사례자의 발표를 들었다. 이달 초 열릴 예정이었던 임시국회 일정이 여야 대치로 지연되면서 추가 논의 기회를 잡긴 했지만, 노사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두고 합의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는 주 최대 52시간 노동제를 시행하면서 경영계 부담을 고려한 정부가 현재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불거졌다. 경영계는 6개월~1년으로 늘릴 것을 요구했고 노동계는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 임금 삭감 등을 들어 반대했다. 여당과 정부는 올해 1월 말을 시한으로 경사노위에서 노사가 합의할 것을 주문했지만, 애초 의제와 시한을 정해두고 대화를 요구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지적이 인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문재인 정부는 (노동계를 들러리 세웠던) 과거 보수 정부와 다른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탄력근로제에서만큼은 과거 방식을 되풀이 한 셈”이라며 “기획재정부 장관부터 여당 대표까지 나서 탄력근로제 확대 필요성을 말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이미 준 것이나 다름 없다. 자연히 경영계는 그보다 더 확대된 얘기를 하게 되고 노동계는 정부여당의 방침을 알기에 얘기를 좁힐 여지가 없게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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