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격 크고 살집 많은 원통형 비만
탄수화물 줄이고, 단백질 늘리고
등산·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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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서는 체형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하체가 굵고 상체가 빈약한 ‘삼각형 체형’, 상체가 굵고 하체는 빈약한 ‘역삼각형 체형’, 복부 쪽이 특히 발달하면서 전반적으로 살집이 있는 ‘원통형 체형’이다.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재동 교수는 “사람마다 눈·코·입이 다르게 생겼듯이 내부 장기의 기능도 다르게 타고 난다”고 말했다. 어떤 장기의 기능이 강하고 약한지에 따라 체질과 체형이 달라진다.
상초·중초·하초 기능 따라 체형 달라져
한의학에서는 주요 장기들을 삼초(三焦)로 나누는데, 상초(上焦)는 심장과 폐 부분을 이른다. 상초는 기혈 순환을 담당하며 피부·근육·관절을 따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중초(中焦)는 위와 비장 쪽을 이른다. 음식물을 소화하고 영양분을 체내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하초(下焦)는 간·신장·대장·소장·방광 부위를 말한다. 대사 과정에서 생긴 잔여물을 원활하게 내보내는 것이 주된 기능이다. 이 교수는 “상초에는 양에 속하는 화(火)의 기운이 있고, 하초에는 음에 속하는 수(水)의 기운이 있다”며 “수는 위로 올라가고 화는 하강하는 ‘수승화강(水升火降)’이 제대로 이뤄져야 몸의 밸런스가 유지되고 기혈이 정체되는 곳이 없어 지방·노폐물이 한쪽에 축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의학에서는 이 수승화강을 바로 세우는 것에 중점을 둔다. 먼저 삼각형 체형(하체 비만)은 중초에 문제가 생긴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위와 비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따뜻한 기운이 아래로 내려오지 못해 하부 순환이 잘 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하체 순환이 잘 되지 않으니 부종이 생기기 쉽고 지방과 노폐물이 잘 낀다”고 말했다. 언뜻 보기엔 날씬하지만 복부·허벅지에 숨은 살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체형은 몸이 찬데 특히 손발이 차다. 소화 기능이 좋지 않아 소화불량성 위염, 복통을 달고 사는 사람이 많다. 이런 경우 무조건 음식을 줄인다고 비만이 해결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원래 많이 먹지는 못하는 체질이라 음식 조절이 핵심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되는 중초의 기능을 원활하게 해 상체의 기운이 밑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소화에 부담이 되는 밀가루·지방류 등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 음식을 씹을 때 50번 이상 골고루 씹고 세끼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먹는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비만체형클리닉 송미연 교수는 “양기를 북돋는 계피차·생강차·귤껍질차·인삼차 등을 상시 복용하면 따뜻한 기운을 내려보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깅·수영·테니스 등 심한 유산소 운동은 피한다. 중초가 약한 체질은 피로를 쉽게 느껴 과격한 운동은 쉽게 포기한다. 따라서 빨리 걷기가 가장 적당하다. 상체 근력 운동도 해야 한다. 이 교수는 “팔과 어깨를 강화시키는 아령 들기 등의 근육운동을 하면 상부 기운이 강해져 따뜻한 기운이 하부로 내려가기 쉬워 전신 순환을 돕는다”고 말했다.
60대 이상 상체비만은 체조·스트레칭
역삼각형 체형(상체 비만)은 상초의 기운은 강한데 하초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상부의 열은 많은데 간·신장·방광 등의 하초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윗부분의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해 문제가 생긴다. 이 교수는 “밑으로 내려가지 못한 열은 상체에 적체돼 기혈 순환을 막고 막힌 혈 자리에 지방·노폐물이 끼어 군살이 생긴다”고 말했다. 역삼각형 체형의 사람은 위로 뻗치는 기운 때문에 목·어깨 결림 같은 통증이 잘 나타난다. 손발에서 열이 나고 추위보다 더위를 많이 탄다. 상부의 기가 강하기 때문에 소화 능력은 좋다. 빨리, 많이 먹는 습관이 있다.
이런 상체 비만은 다이어트를 할 때 음식 조절이 필수다. 총 섭취 칼로리를 줄이되 포만감 유지를 위해 단백질 섭취를 늘린다. 탄수화물 섭취 비율을 줄이는 대신 저지방 우유, 무가당 요구르트, 살코기 등의 단백질 섭취 비율을 늘린다.
근육운동은 오히려 하체 위주로 해야 한다. 역삼각형 체형은 하체 근육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허벅지가 에너지 소비량이 가장 많으므로 하체 근육을 키워 에너지 대사율을 높이고 상·하체 비율을 맞추면 기혈 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체 운동을 위해 매일 스쿼트(10번씩 3세트)를 꾸준히 하면 좋다. 하지만 60대 이상의 상체 비만인 사람은 오랜 상·하체 불균형으로 하체에 무게가 많이 실려 연골·관절이 약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관절에 무리를 가하지 않고 허벅지를 단련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의자에 앉아 배와 허벅지에 힘을 주고 무릎을 들어올리는 운동(한쪽당 30번씩)이 좋다. 상체 운동으로는 체조와 스트레칭을 추천한다. 팔 돌리기나 팔 털기 등의 순환 운동으로 몸을 자주 풀어줘 기혈 순환을 좋게 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체격이 크고 살집이 많은 원통형 체형은 심폐 기능을 담당하는 상초가 약한 경우가 많다. 산소호흡과 혈액순환을 통해 에너지를 온몸으로 순환시키는 대사 능력이 떨어진다. 밖으로 순환되지 못한 에너지가 쌓여 그대로 살이 되는 체질이다.
원통형 비만 체형도 상체 비만 유형과 같이 식사량 조절이 필수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서 고단백 식사를 해야 한다. 운동은 조금 과격한 종류를 선택해도 괜찮다. 몸이 무거워 일어나지 못할 것 같다가도 오히려 움직이기 시작하면 피로가 풀리는 체질이다. 등산·수영 등 호흡량이 많고 강도 높은 유산소 운동으로 살을 빼면 효과가 좋다. 사우나·찜질방에서 땀을 많이 흘리는 것도 원통형 비만 체형에는 도움이 된다. 송 교수는 “심폐 기능을 좋게 하는 맥문동·오미자차, 폐의 열을 내리는 율무차·녹차 등을 즐겨 마시면 더 좋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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