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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역전세난 확산 속 지방은 깡통전세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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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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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보험 가입도 증가 추세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조모(36)씨는 다음달 전셋집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지 고민 중이다. 조씨는 “지난 몇 년 간은 전세금 문제로 고생한 일도 없고, 100만원 넘는 보증료도 부담스럽다”면서도 “최근 살고 있는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급락 추세여서 나중에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은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 부동산 시장이 싸늘하게 얼어붙으면서 이번엔 역(逆)전세와 깡통전세 공포가 커지고 있다.

◇입주폭탄 서울은 ‘역전세난’

10일 한국감정원과 KB부동산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전년 대비 1.8% 하락했다. 올 들어서도 전세가격은 벌써 15주 연속 하락 중이다. 특히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셋째주와 넷째주, 각각 전주대비 0.08, 0.07%씩 내리며 하락세가 가파르다. 이런 전셋값 급락은 2009년 2월 첫째 주(-0.10%) 이후 10년만이다.

집값보다 전셋값이 더 빠르게 떨어지자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지난해 67%까지 내려앉았다. 특히 서울 강남4구엔 송파 헬리오시티 신규 입주와 전세수요 감소 등 영향으로 전셋값이 이전 계약시점보다 크게 떨어지거나, 집 주인이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2017년 3월 입주한 강동구 고덕동 래미안 힐스테이트는 작년말 7억원(전용 85㎡)이던 전셋값이 최근 5억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잠실, 위례 등 일부 지역에선 기존 세입자를 빼앗기지 않으려 주인이 거꾸로 세입자에게 다달이 월세를 부담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송파구 물량이 쏟아지면서 인근보다 전셋값을 2,000만~3,000만원 더 낮춰도 문의가 없다”고 말했다. 윤수민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올해 입주물량이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라 전셋값 하락 압력은 더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방은 깡통전세 주의보

최근엔 매매가도 13주 연속 동반 추락하면서 ‘깡통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울산, 거제 창원 등 구조조정으로 경기 침체에 시달리는 지방뿐 아니라 용인, 평택, 화성 등 경기 남부에서는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깡통전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

깡통전세는 매매가격이 2년 전 전세가격을 밑도는 주택을 의미한다. 이 경우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낙찰금액이 전세 보증금보다 낮아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과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방 중소도시 부동산 냉각이 고스란히 세입자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며 “지방 부동산의 깡통전세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깡통전세에 따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건수 역시 작년 1~11월 316건으로, 2017년 전체(33건)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매매가격이 높은 서울은 아직 깡통전세를 걱정할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대규모 입주 물량 증가와 전세수요 감소로 전세값 하락 압력이 거세지면 매매가도 하락하고, 결국 전세금 미반환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도 역전세와 깡통전세가 금융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에 비상계획을 준비 중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지적 수급 불일치 등으로 전세금이 하락하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제때 반환하지 못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은행권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해 92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8%나 증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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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전국-주택-전세가율-추이/ 강준구 기자/2019-02-10(한국일보)그림 2[저작권 한국일보]전국-주택-전세가율-추이/ 강준구 기자/2019-02-10(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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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보험 가입도 증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서울보증보험(SGI)의 전세금반환신용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는 전세기간이 만료됐는데도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거나 돌려주지 않을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HUG에 따르면 지난해 보증보험 가입자와 보증금액은 각각 8만9,350건, 19조364억원으로 전년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그만큼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 반환 우려가 커졌다는 의미다.

금융권에서는 전세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주장도 나온다. 앞서 금융연구원은 올해 금융정책 방향 중 하나로 전세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를 건의하기도 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일부 갭투자자들이 전세가 하락에 따라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분쟁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상당히 발견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집값 대비 전세가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거나 주택담보대출을 낀 상태에서 리스크가 높은 상황에 대해 전세보증을 의무화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