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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Tech & BIZ] 손가락 휙 돌려 음악 켜고, 전화 받고, 길 찾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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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5년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범죄수사본부 팀장인 주인공이 컴퓨터로 정보를 검색할 필요가 있을 때 허공에 손짓을 하면 가상현실(VR) 화면이 나타난다.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화면을 조작할 뿐 아니라 필요한 명령도 내릴 수 있다.

최근에는 이처럼 화면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도 손짓만으로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가전제품과 같은 IT(정보기술) 기기를 작동할 수 있는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LG전자는 오는 24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이 같은 기능이 탑재된 새 전략폰 G8 씽큐를 공개할 예정이다.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 역시 비슷한 기능을 탑재한 차량을 내세워 동작 인식 기능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한 손에 핸들 잡고 다른 손을 움직여 자동차 손짓 제어

자동차 업계가 손짓을 활용한 제어 기능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운전 중에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 화면에 직접 손가락을 대고 조작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할 뿐 아니라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중국 전기차 업체 바이튼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손짓만으로 차량 내부의 여러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벤츠는 내비게이션에 집 주소를 미리 등록한 뒤 운전자가 허공에 검지와 중지를 벌려 V자 모양을 만들면 자동으로 길 안내를 해주는 기능을 내놨다. 머리 위에 있는 실내등은 터치를 하지 않아도 손만 가까이 대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거나 꺼졌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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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는 운전을 할 때 검지손가락을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차량 내 스피커 음량이 커지고, 반대로 돌리면 소리가 줄어드는 기능을 소개했다. 음악을 듣다 음량을 조절하고 싶으면 마치 허공에 버튼이 있는 것처럼 조작하면 된다. 중국 바이튼도 비슷한 기능을 준비 중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손짓을 활용한 동작 인식 기술이 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완전 자율주행을 하게 되면 운전자는 의자에 편하게 누워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등 여러 가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쓸 것"이라며 "이때 동작 인식 기술을 활용하면 운전자가 굳이 몸을 움직일 필요 없이 편리하게 원거리서 여러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가전제품에도 적용될 듯

스마트폰 업계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LG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신제품 G8 씽큐 공개 행사의 초청장을 통해 동작 인식 기술을 살짝 선보였다. 초청 영상을 보면, 좌우 손짓만으로 숨겨져 있던 글자가 종이에서 드러나고, 바닥에 놓인 종이가 움직이는 모습이 나온다. LG전자 관계자는 "터치 없이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는 방식을 암시한 것"이라며 "스마트폰 전면에 사물을 인식하는 3D(3차원) 센서를 탑재해 화면에서 가까운 거리의 손짓, 동작은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작동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손바닥을 화면 위에서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식으로 음량을 조절하거나 전화를 받을 수 있게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애플 역시 올해 가을 출시할 신형 아이폰에 손짓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크크런치 등 해외 IT 전문 매체에 따르면, 애플은 신형 아이폰에 손짓을 인식하는 '멀티 호버링(Multi Hovering·다중 공중 인식)'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에 있는 센서가 화면에서 5㎝ 거리에 있는 손가락 3개 이상을 인식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식. 이를 통해 화면에 접촉하지 않고도 지금처럼 손가락을 벌려 화면을 확대하거나, 위아래로 화면을 내렸다 올릴 수 있다. 또 글자 입력도 가능하다.

구글은 지난달 손짓으로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는 주파수 기술 '솔리'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로부터 승인받았다. 기기에 탑재된 센서에서 전파를 방출하고, 이 전파가 손에 닿아 반사되는 신호를 활용해 동작을 인식하는 식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엄지와 검지를 비비는 모양까지 인식해 가상의 버튼을 조작할 수 있다. 구글은 손가락을 문지르거나 튕기거나 흔드는 간단한 동작으로 각종 전자제품을 제어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기문 기자(rickym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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