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론도 정부안 지지 의견 단언 못해…신뢰ㆍ권위 회복 어려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지난 3주간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방안을 두고 논의가 뜨거웠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뿐만 아니라 전문가, 노사 관계자들도 지지보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14일 정부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실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9539명 중 7383명(77.4%)이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정부안대로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데 동의한다는 것인지 여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정부는 최저임금 개편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서 ①필요 없음(현행 유지), ②필요함(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와 같이 답변 보기 2개를 제시했다. 응답자의 77%가 ‘필요함’에 답을 체크했지만 이를 두고 정부안 지지 여론이 높았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정부는 전문가와 노사 의견뿐만 아니라 대국민 여론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정부안에 대한 찬반 의견은 묻지 않은 셈이다.
노동경제학회 회장을 지낸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엉망으로 만들어진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매우 복잡한 최저임금 결정구조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며 “정부는 여론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그 사이 노사 갈등은 더 깊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확정된 개편안은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울뿐더러 입법이 되더라도 새로운 최저임금 제도에 대한 신뢰, 권위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와 노사는 결정구조 이원화를 골자로 한 정부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3주간 전문가 8명에게 정부안 실시를 전제로 한 의견을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6명이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원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2명에 불과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정부개편안이 개인적인 의견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며 “그럼에도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최저임금 이해관계자가 아닌 제3의 인물이 구간설정을 한다는 데 부정적”이라며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최저임금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보다 오히려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공정성,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인 전문가ㆍ공익위원 순차배제와 공익위원 국회 추천 방안에 대해서도 소수만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정이 위원을 추천한 후 순차배제한다면 결국 정부 추천 인사가 남게 된다”며 “정치 편향적인 정부의 입김을 막기 위해 국회 추천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도 “차라리 대법관, 헌법재판관을 정할 때처럼 국회 여야 추천을 받는 게 낫다”고 봤다.
아울러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을 포함한 ‘경제적 상황’을 추가한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2명의 전문가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여건과 경제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통해 경제상황을 반영할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시간을 더 두고 정부안을 재검토해야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안은 방법론만을 다루고 있어 지엽적인 논의 밖에 나올 수 없다”며 “개편안을 내세우기 전에 최저임금 자체에 대한 새 패러다임이 제시됐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도 “결정체계 개편이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서두를 것이 전혀 없다. 늦어진다고 해도 불과 1년 미뤄지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이 밖에 경영자총협회와 소상공인협회 관계자는 일단 정부안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업종별 차등적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정부안, 차등적용 모두에 반대한다고 했다.
kwater@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