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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낙태실태조사]女 75% “男 책임 제외 낙태죄 개정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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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여성 4명 중 3명은 ‘낙태죄’ 개정에 찬성했다.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만 15~44세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를 온라인 설문한 결과 낙태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여성의 임신중단과 관련된 현행 법은 모자보건법과 형법 2가지다. 모자보건법에서는 낙태를 허용하는 조항만을 규정하고 있고 형법에서는 낙태한 여성에 대한 처벌을 다루고 있다.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것은 1973년, 형법이 제정된 것은 1953년이다. 법이 사회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 개정되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낙태에 대한 법은 문구 정도만 수정됐을 뿐 큰 틀은 변하지 않은 채 반백년을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모자보건법에서는 △부모가 유전병이나 정신장애가 있는 경우 △부모가 전염병 등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심된 경우 △혈족이나 인척간 임신의 경우 △산모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경우 등 5가지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모자보건법상에 낙태를 허용하는 유전병과 전염병은 대통령령으로 따로 정한다. 모자보건법상이 정한 예외 외에 낙태를 하면 형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이다.

형법 269조 ‘낙태의 죄’는 낙태를 한 여성과 수술을 집도한 의사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낙태를 여성의 문제로만 보는 인식이 법조항에 그대로 드러난다. 게다가 여성이 모자보건법이 정한 예외규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낙태 수술을 받으려면 성관계를 맺은 남성의 동의가 필요하다. 법적으로 임신과 낙태 과정에서 남성은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형법 269조와 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성은 75.4%나 됐다. △잘 모름(20.8%) △개정 불필요(3.8%)라는 견해도 있었다. 개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인공임신중절 시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에(66.2%) △인공임신중절의 불법성이 여성을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시키기 때문에(65.5%) △자녀 출산 여부는 기본적으로 개인(혹은 개별가족)의 선택이기 때문에(62.5%) 등의 답이 복수로 꼽혔다.

모자보건법 개정에 대해서는 48.9%가 ‘개정 필요’를 답했다. 40.4%는 ‘잘 모름’, 10.7%는 ‘개정 불필요’라고 답했다. ‘임신주수와 상관없이 허용해야 한다’는 사유로는 △강간 또는 근친상간 91.2% △태아 이상 또는 기형 74% △미성년자 71.3% △모체의 생명 위협 69.9% △모체의 신체적 건강보호 65.5% △모체의 정신적 건강보호 60.7% △파트너와의 관계 불안(이별, 별거, 이혼 등) 51.4% △본인 요청 45.8%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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