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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임신해본 여성 20% ‘낙태’ 경험…연 5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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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사회연구원 ‘2018년 인공임신중절’ 실태 조사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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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경험한 여성의 약 20%가 인공임신중절(낙태)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공임신중절률은 1000명당 4.8명으로 연간 5만건 정도 낙태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여성 75.4%가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청와대가 2017년 11월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단계라고 밝힌 데 이어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상황이어서 이번 실태조사에 따른 낙태죄 폐지 논란은 더욱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계는 낙태죄 폐지가 시대적 요구라고 주장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만 15세 이상 44세 이하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4일 밝힌 ‘2018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1만명 중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756명으로 낙태 경험률은 7.6%였다.

25~29세 30%, 20~24세 27.8%…20대가 절반 넘게 차지

여성 75.4%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낙태죄 폐지 필요”


성경험 여성(7320명)의 10.3%, 임신경험 여성(3792명)의 19.9%를 차지했다. 인공임신중절 경험자는 평균 1.43차례 인공임신중절을 했다. 최대 7차례까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 당시 연령은 17세부터 43세까지 분포했으며 평균 연령은 28.4세로 조사됐다. 연령별로 보면 25~29세 30%, 20~24세 27.8%로 20대가 절반 넘게 차지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17년 인공임신중절률을 4.8%로 추정했다. 인공임신중절률은 만 15~44세 여성인구 1000명당 인공임신중절 건수를 의미한다. 이를 바탕으로 15~44세 여성 모집단 수(127만9045명)에 대입해 추정한 2017년 추정건수는 5만여건으로 집계됐다. 2005년 29.8%(34만2433건), 2010년 15.8%(16만8738건)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감소추세는 이전 조사 대비 피임이 증가한 데 기인한다. 2011년 조사에선 19.7%가 피임을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지만 이번엔 7.3%만이 같은 대답을 했다. 청소년의 피임실천율도 2014년 43.6%에서 2016년 51.9%로 증가했다. 전체 인공임신중절 건수가 줄어든 데에는 가임기에 해당하는 만 15~44세 여성 수가 2010년 1123만명에서 2017년 1027만명으로 감소한 것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들은 인공임신중절을 고려하는 이유로 경제상태 등 양육이 힘들어서(46.9%), 자녀를 원치 않거나 터울 조절 등 자녀계획(44%), 학업이나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42%) 등을 꼽았다. 인공임신중절 당시의 혼인상태는 미혼이 46.9%로 높았으며 법률혼(37.9%)과 사실혼(13%)이 뒤를 이었다.

인공임신중절을 겪은 여성의 54.6%는 죄책감·우울감·자살충동·불안감 등 정신적 증상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 중 치료를 받은 경우는 14.8%에 그쳤다.

특히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성은 전체의 75.4%였다. 3.8%만이 ‘개정이 불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복수응답)로는 ‘인공임신중절 시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에’가 66.2%로 가장 높았다. ‘인공임신중절의 불법성이 여성을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시키기 때문에’(65.5%), ‘자녀 출산 여부는 기본적으로 개인 또는 가족의 선택이기 때문에’(62.5%) 등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또한 낙태 허용 조건을 제한적으로 규정한 모자보건법 제14조 및 시행령 제15조에 대해서는 48.9%가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보사연은 “인공임신중절 건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이 위기 임신 상황에 놓여있다”며 “성교육과 피임 교육을 강화하고 인공임신중절 전후의 체계적인 상담제도와 사회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여성계는 낙태죄 폐지 및 건강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 등으로 구성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75.4%가 응답한 낙태죄 폐지는 시대의 요구”라며 “정부와 국회는 낙태죄 폐지·모자보건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신중단전면합법화를 요구하는 여성들 모임 ‘비웨이브’는 “산부인과 전문의는 매년 최소 17만건으로 인공임신중절 건수를 추정한다”면서 “임신중단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임신중단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위험하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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