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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낙태죄 위헌 여부'도 재판관 퇴임 전 선고할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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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4월 서기석·조용호 퇴임…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 앞당길 듯 / 지난해 종교적 병역거부 사건 선고도 재판부 교체 직전에 이뤄져

세계일보

14일 정부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진 가운데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헌재는 오는 4월 재판관 2명 교체를 앞두고 있어 다음달 현직 재판관 전원이 참여하는 마지막 선고기일에 결정을 내놓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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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합헌론자들(왼쪽)과 위헌론자들이 나란히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재판관 2명 교체 전에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 가능성

이날 정부가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 한 해 동안 약 5만건의 낙태가 이뤄졌다. 이는 12년 전 조사 때보다 85% 줄어든 수치다. 성경험이 있는 여성 약 10명 가운데 1명, 임신한 여성 5명 중 1명꼴로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낙태죄를 규정하는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75.4%, ‘임신중절 허용 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은 48.9%로 각각 집계됐다.

여성 인권단체 연합체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측은 발표 직후 내놓은 입장문에서 “인공임신중절을 범죄화하고 있는 형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고, 인공임신중절의 범죄화가 여성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태죄 폐지는 시대의 요구”라며 “정부와 의회는 형법 개정을 통한 낙태죄 폐지와 함께 사회경제적 여건의 보장, 보험 적용, 상담과 사후관리 등 의료적 보장 확대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당연히 헌재 심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헌재는 의사 A씨가 지난 2017년 2월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3년째 검토하고 있다.

헌재는 지난해 5월 공개변론을 연 뒤에도 선고를 미루는 등 심리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정부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헌재가 추가 공개변론을 개최하는 등 선고가 더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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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석(왼쪽)·조용호 헌법재판관이 2013년 4월 취임하는 모습. 두 재판관은 오는 4월 임기만료로 물러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재판관 5명 교체 직전 '종교적 병역거부' 선고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헌재가 다음달 낙태죄 위헌 여부를 선고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헌법재판관 9명 중 서기석·조용호 두 재판관이 오는 4월 중순 임기만료로 물러나기 때문이다.

중요 사건 심리 도중 재판부 구성이 바뀌면 아무래도 신임 재판관들이 사건에 관해 상세히 파악할 때까지 오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헌재로선 수년째 이어지는 여성들의 ‘낙태죄 폐지’ 주장과 일부 종교계의 ‘태아 생명이 우선’이란 논리 사이에서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퇴임을 앞둔 서·조 두 재판관은 이미 오랫동안 낙태죄 사건 심리에 참여해 주요 쟁점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재판관이 물러나기 전 선고가 이뤄질 확률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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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헌재는 지난해 9월 이진성 전 헌재소장 등 재판관 5명이 한꺼번에 임기만료로 물러나기 직전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던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선고를 전격 단행했다. 새로 취임한 재판관들이 사건을 파악할 때까지 기다리느니 기존에 있던 재판관들끼리 신속히 결론을 내리는 것이 병역거부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인 특정 종교 신도들의 구제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물러나는 서·조 두 재판관은 모두 ‘행정부 몫’ 재판관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따라서 후임자 2명의 지명권도 문재인 대통령이 행사하게 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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