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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독립견문록 ③항저우·전장] 백년전 호텔로 시간여행 떠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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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운동, 임시정부 100주년 / 독립견문록, 임정을 순례하다 ③ 항저우·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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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 요인들이 거주했던 오복리 2호.


'독립견문록' 르포를 떠나기에 앞서 호텔을 세 곳 예약했다. 중국 상하이 양쯔(楊子)반점, 항저우의 한팅(漢庭)주점, 난징의 쭝잉(中央)반점이었다. 한국인은 중식당 내지 술집으로 오해한다지만 중국에서 반점(飯店)이나 주점(酒店)은 호텔이다. 세 호텔 모두 백범과 임시정부 요인이 묵었던 숙소로, 지금도 성업 중이다. 외관과 뼈대가 한 세기 전과 동일해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한팅주점은 항저우 임정의 첫 청사다. 이른바 '청태 제2여사'가 이 건물이다. 1층 입구 바로 오른편의 통유리로 둘러싼 해묵은 거울은 100년 전 이 건물이 청태 제2여사였음을 증거하는 유물이다. 1층 중앙에 작은 정원이 있고 2층에 보이는 복도식 방이 영화 세트장 같다. 1933년에 이 위치로 옮겨왔다. 임정 요인이 머무르던 시기(1932년)와 위치가 다르다는 얘기다. '군영반점'으로 불렸고, 지금 이름으로 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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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당 사무소로 사용됐던 사흠방. 한국독립당은 사흠방에서 `조선(震)의 빛(光)`이란 뜻의 잡지 `진광`을 창간했다.


상하이 양쯔반점은 광복 후 귀국길에 백범이 잔 호텔이다. '백범일지'에 "단 위에 올라서서 동포를 향하여 인사말을 하고 양쯔반점에 유숙했다"는 문구가 나온다. 하지만 백범이 잤던 방 호수를 특정하기 어려웠다. 1층 로비엔 나선형 목조 계단이 수려하다. 방에 들어서니 1930년대에 불렸을 법한 중국어 노래가 TV에서 흘러나왔다.

난징 중양반점은 세 호텔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장소다. 백범이 장제스 총통을 면담하기 위해 이틀을 머물렀다. '백범일지'에 "중양반점에 숙소를 정하였다. 다음날 밤 남파 박찬익을 통역으로 대동하고, 진과부의 자동차를 타고 중앙군교 내 장 장군 저택으로 갔다"고 썼을 만큼, 한민족의 운명을 건 장소가 이곳이었다. '중국 영화배우의 전설' 김염의 사진이 중양반점 2층에 걸려 있다. 레이먼드 킹으로 불린 한국인 김염은 영화로써 일본에 저항하면서 중국에서 '영화 황제'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고국에서 김염은 알려지지 않은, 잊힌 영웅이다. 김염의 부친은 독립운동가 김필순이고, 고모부는 파리강화회의로 날아갔던 김규식, 사촌은 김마리아다.

[항저우·전장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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