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 변비, 경종 간질 치료제
『동의보감』『본초강목』 등
한·중 전통 의서에 효험 기록
침향의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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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향은 인도네시아·베트남·말레이시아 등지에 서식하는 침향나무에서 채취한다. 침향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렇다. 침향나무는 상처를 입으면 수지(樹脂, 나무 기름)를 분비한다. 수지는 나무가 상처를 입었을 때 각종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치료하기 위해 분비하는 끈적끈적한 액체다. 수지가 나무의 상처를 치유하며 오랜 시간이 지나 점차 굳으면서 덩어리가 되는데, 이것이 바로 침향이다. 수액이 침향이 되기까지 길게는 수백 년에 달하는 인고의 시간이 응축된다. 침향이 귀한 약재로 불리는 이유다. 침향나무 목재는 색이 연하고 하얗지만 침향은 단단하고 색깔이 어둡다. 열을 가하면 향기가 난다.
침향나무 스스로 상처 치유 위해 분비
과거에 귀한 약재로 대접 받으며 국가 간 외교 수단과 왕가의 질병 치료에 쓰인 침향이었지만 지금은 대중적으로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녹용이나 사향 같은 한약재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다. 이런 침향이 최근 뜻밖의 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지난해 직원 폭행과 엽기 행각으로 물의를 빚어 구속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회사 자금 수십억 원을 쏟아 부어 구입한 사치품 중 하나로 드러나면서 주목을 받았다.
침향의 효능에 대한 한의학서의 기록은 어떨까.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적혀 있다. 또 중국 명나라 의학서 『본초강목』에는 침향은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준다,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하며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시켜주며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제거한다’고 기록돼 있다. 명나라 본초학 연구서인 『이시진』에서는 ‘상체에 열이 많고 하체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천식·변비, 약한 소변 등에 처방한다’고 소개한다.
기 너무 허하거나 열 많으면 복용 주의
최근에는 침향 성분을 추출해 과학적으로 효능을 분석하면서 성분과 항균 기능 등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침향의 주요 성분인 베타셀리넨은 신장에 기운을 불어넣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된다. 또 침향의 유황 성분은 항균 작용을 해 염증 억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향이 전신에 두루 영향을 미치면서 침향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도 나온다. 하지만 침향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므로 맹신해서는 안 된다. 한의학서에는 기가 허한 사람의 경우 침향을 복용하는 데 주의하라고 적혀 있다. 기운이 너무 없으면 침향이 오히려 기를 분산시켜 기운이 더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열이 많은 체질도 침향을 복용하는 데 주의해야 한다. 침향은 맛이 맵고 기운이 따뜻하기 때문이다. 침향만 과다 복용하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본인의 체질이나 증상에 맞더라도 한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두통·복통·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침향을 먹을 땐 소량씩 다른 재료와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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