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 질환 있거나 틀니 끼면
미각 기능 저하될 가능성 커
혀 청결, 물 섭취로 예방하길
둔해지는 노인 미각 되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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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 치료약이 미각 떨어뜨려
미각이 둔해지는 이유는 뭘까. 나이가 들면 침샘이 위축돼 입안에 침이 부족해진다. 미각세포는 액체에 반응한다. 침이 분비되지 않아 음식이 침과 잘 섞이지 않으면 미각세포를 제대로 자극하지 못한다. 고령자가 앓고 있는 만성질환도 미각 기능 저하의 주원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노인의료센터장) 교수는 “노화에 따른 후각 기능의 저하나 만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이 미각 기능의 변화를 유발한다”며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이 있으면 후각 감퇴까지 두드러져 미각의 변화를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평소 영양 상태나 생활습관도 미각 기능을 좌우한다. 흡연·음주를 과도하게 하고 구강 관리에 소홀하며 영양 불량인 고령자는 미각 둔화가 심하다.
미각이 둔하면 자연스럽게 식욕이 감퇴해 음식 섭취량이 감소한다. 그러면 영양 상태가 불량해져 질병의 예방은 물론 치료·회복이 더뎌진다.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성 질환에 쉽게 노출돼 사망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짠맛 감각이 저하되면 조리할 때 소금 사용량이 많아지게 된다. 김광일 교수는 “미각 기능이 떨어지다 보니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게 돼 염분 섭취가 늘어나기 쉽다”고 했다. 짠 음식 위주의 식사는 고혈압을 유발하고 고혈압 환자의 저염식을 방해해 심혈관·뇌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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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 풍부한 음식 많이 먹으면 좋아
미각 기능을 예민하게 유지하려면 미각 저하의 원인을 없애는 게 기본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약이다. 복용 약 중 일부 항생제·고지혈증약(쓴맛), 고혈압약·항히스타민제·우울증약(입마름) 등이 미각 기능의 변화를 잘 유발한다. 주치의와 상담해 이런 부작용이 있는 약을 찾아 다른 약으로 대체하거나 용량을 조절하면 호전될 수 있다. 구강 질환이 있거나 틀니를 낀 사람도 미각 기능의 저하가 발생하기 쉽다. 안형준 교수는 “입안이나 혀를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고 충치나 잇몸 질환이 있으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며 “평소에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서서히 미각이 둔해지면 스스로 잘 눈치채지 못한다. 이럴 때는 가족이 전보다 음식 섭취량이 줄었는지, 잘 안 먹던 기름지고 달며 짠 음식을 많이 먹는지, 음식의 간이 바뀌었는지를 체크한다. 식단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강동경희대병원 이정주 영양파트장은 “노인의 미각 감퇴는 아연 부족과도 관련이 있어 아연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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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 되찾는 밥상 차리는 법
다진 육류로 요리, 허브·고추냉이·생강으로 맛내기
아연은 영양소·세포의 합성과 분해에 관여한다. 혀의 미뢰는 재생이 가능한데 아연이 부족하면 미뢰가 제대로 생성되지 못한다. 아연은 생굴, 돼지고기, 소고기, 간, 조개류, 녹황색 채소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치아가 약한 노인이 많기 때문에 육류는 다져서 요리해 먹으면 좋다.
● 음식의 적정 온도 맞춰 먹기
온도는 맛의 균형에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된장국은 짠맛과 감칠맛이 균형을 이룬다. 짠맛은 온도의 영향을 적게, 감칠맛은 많이 받는다. 차가운 된장국을 먹으면 감칠맛은 사라지고 짠맛만 난다. 맛의 균형이 무너져 맛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번거롭더라도 음식의 적정 온도를 맞춰 조리한다.
●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기
나이가 들면 음식의 선호도가 명확해져 식단이 비교적 일정한 편이다. 같은 맛만 접하다 보면 미각이 단순해져 금방 둔해진다. 새로운 색과 질감의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먹도록 한다. 식사가 흥미로워지는 데다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어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는 데 좋다.
● 설탕·소금 대신 향신료 쓰기
미각이 둔해지면 음식의 맛을 내려고 설탕이나 소금을 과도하게 사용하게 된다. 이런 조미료 외에도 미각과 맛을 살려줄 향신료가 있다. 요리할 때 로즈메리·바질·민트 등 허브나 후추·고추냉이·생강 같은 향신료를 적절히 사용하면 침의 분비가 늘어나고 후각을 자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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