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 부르는 ‘감정 식욕’ 조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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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식욕은 감정적 허기가 육체를 지배하는 상태다. 불안·무력감·외로움·분노·우울 같은 부정적 감정은 공복감·포만감을 조절하는 뇌의 중추신경에 영향을 미친다. 몸과 마음이 편안할 때는 적당히 먹으면 뇌에서 배가 부르다고 인지해 그만 먹도록 지시한다. 감정 식욕은 다르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면 식욕이 억제되지 않아 충분히 먹어도 배가 고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롭고 스트레스에 지친 뇌는 감정 식욕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음식은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단짝 친구다. 든든하게 먹으면 포만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진 교수는 “뇌는 단순해서 위장을 꽉 채우면 느껴지는 일시적 포만감을 행복한 감정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충동적으로 먹으면서 불안감을 줄이고 화를 삭이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특히 기름지고 바삭바삭하고 달달한 음식은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부정적 감정으로 예민해진 뇌를 빠르게 달래준다. 이 같은 경험이 반복되면 감정적 공허함을 배가 고픈 것이라고 착각한다. 결국 감정 식욕으로 배고픔과 상관없이 음식에 집착하게 된다. 한림대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역치가 높아져 점점 더 많이 먹는 식으로 기분이 좋았던 감정을 느끼려는 경향이 생긴다”고 말했다.
억제 못 하면 비만·당뇨병 등 초래
부정적 감정은 식탐을 부르는 첫 단추다. 이는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협한다.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식욕을 조절하지 못해 몸에서 필요한 열량보다 더 많이 먹는다. 게다가 이렇게 먹은 음식은 정서적 공허함을 채워주지 못한다. 조영민 교수는 “포만감으로 불편한 감정을 일시적으로 회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먹고 나서 후회해도 무의식적으로 계속 먹거나 한순간의 폭식으로 식단 관리에 실패하는 일이 반복된다. 결국 감정 식욕이 음식을 탐닉하면서 폭식·비만·당뇨병 등을 유발해 몸과 마음을 망가뜨린다.
감정 식욕을 극복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첫째, 진짜 배고픔과 구분한다. 감정 식욕은 뜬금없이 초콜릿이나 떡볶이·아이스크림, 치킨 같은 특정 음식이 먹고 싶어지면서 시작된다. 반면 신체적 허기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배고픔이 심해진다. 허기가 느껴질 때 ‘배가 너무 고픈데 브로콜리라도 먹어볼까?’라고 스스로 물어본다. 대답이 긍정이면 진짜 식욕, 아니라면 감정 식욕이다. 일반적인 기호식품이 아닌데도 허기를 채우기 위해 감내할 마음이 있다면 진짜 식욕이란 얘기다.
참을 수 없으면 단백질 음식 섭취
감정 식욕이라면 먹는 것으로 해결하지 않는다. 일단 물을 마시거나 양치질을 하면서 기다려본다. 음식에 대한 갈망은 15분 정도 지나면 줄어든다. 운동, 음악 감상, 반신욕 등 다른 행동을 하면서 관심을 돌리는 것도 좋다. 그래도 먹고 싶다면 견과류나 포만감이 큰 우유·달걀·육류 등 단백질을 먹는다.
둘째로 식사일기를 작성한다. 먹은 음식의 종류와 양은 물론 배고픔 정도, 음식을 먹을 때의 상황, 음식을 먹기 전후 감정 상태를 적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 식욕을 자극하는 원인을 찾기 위해서다. 박경희 교수는 “객관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먹었는지를 확인하면서 스스로 감정적으로 먹는 나쁜 식습관을 교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예방의학저널에 실린 연구(2014)에서는 1700명의 비만 환자에게 6개월간 과일·야채 섭취를 늘리고 저지방 식품을 먹게 했다. 그리고 한 그룹에는 식사일기를 쓰도록 했다. 6개월 뒤 식사일기를 쓴 그룹은 평균 8.2㎏을 감량했다. 이는 식사일기를 쓰지 않은 그룹(4.1㎏)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마지막은 지속적 실천이다. 감정 식욕을 참지 못하고 먹었더라도 매번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잘못된 행동보다는 미래의 긍정적인 변화에 집중한다. 다만 감정적 폭식이 심하다면 심리상담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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