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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사설] 김정은이 베트남식 개혁개방에서 배워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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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28일 2차 미·북정상회담에 앞서 25일 베트남에 도착해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일각에선 미·북정상회담 직후 국빈 방문한다는 얘기도 나와 시기는 두고 봐야겠지만 김정은이 베트남식 개혁개방 현장 학습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베트남은 북한이 롤모델로 삼을 만한 나라다. 둘 다 사회주의 국가로 미국과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다. 베트남은 전쟁 후 미국과 관계 개선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경제시스템에 편입했고 지금은 동남아시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개혁개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산당 일당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지배체제를 손대지 않고 경제발전을 이루는 것이 목표인 김정은에게는 매력적인 연구대상일 것이다. 북한이 베트남처럼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거듭나는 것은 미국 등 상대 진영이 바라는 최선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2차 정상회담 장소로 베트남 하노이를 택한 데는 이 같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

다만 베트남과 북한 사이에는 공통점 못지않게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두 나라 모두 형식적으로는 공산체제이나 베트남이 중국식 일당 독재국가라면 북한은 김씨 일가 세습독재체제다. 북한에선 베트남에 비할 수 없는 폭압적, 폐쇄적 철권통치가 행해진다. 이런 체제와 개혁개방이 모순 없이 양립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정은이 베트남을 개혁 모델로 삼을 생각이라면 민간에 더 많은 자유를 주고 개인의 기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정치개혁을 병행해야 한다. 이것이 자신의 권력기반 해체를 불러올 것이라 두려워해서는 개혁도, 경제발전도 미몽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보다 더 본질적인 차이는 핵 보유다. 베트남은 핵을 보유한 적이 없고 개발을 시도한 적도 없다. 이 때문에 미국과 관계 회복이 수월했다. 북한은 핵 보유와 경제 교류를 동시에 거머쥐고 싶겠지만 북핵 위협에 노출된 주변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온갖 덕담을 하면서도 "제재는 계속된다"고 강조하는 의미를 새겨들어야 한다. 김정은이 진정으로 베트남처럼 성공하고자 한다면 차이점에 주목하고 해소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조만간 있을 베트남 국빈 방문이 그런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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