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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사설] 총선 앞두고 쏟아지는 대형 국책사업 경제논리 철저히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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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쏟아내고 있는 대형 국책사업 관련 언급과 조치를 보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아예 노골적인 지역 구애 행보에 나선 것 같다. 보수나 진보를 막론하고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강한 비판을 했음에도 24조원 규모의 지역 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하겠다고 발표한 게 20여 일 전이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해 동남권 신공항 재논의 의사를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설 즈음에 영남지역 신공항 여론 동향을 파악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자치단체들과 갖는 예산정책협의회를 예년보다 7개월여 앞당겨 이달부터 실시함으로써 정부의 예산안 편성 단계부터 개입하겠다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다.

문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 총리실을 통한 검증 추진을 지시했지만 부산·경남에서는 이를 김해 신공항 확장 대신 기존에 백지화했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로의 선회로 해석한다. 이에 대구·경북의 반발이 거세자 대구통합공항 이전을 먼저 확정하고 추진해 해당 지역 여론을 무마한다는 것이다. 영남 5개 지자체 합의가 이뤄지면 가덕도 신공항과 대구통합공항을 각각 건설할 수도 있다는 얘기로 이어진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에 새만금 신공항을 포함한 만큼 정부가 지역마다 공항을 새로 지어주겠다고 나선 꼴이다. 현재 15개의 기존 공항 가운데 10개가 만성 적자로 최근 5년 누적 적자만 3534억원에 달하는 판에 아무리 총선을 앞뒀다지만 제정신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를 돌며 벌이는 예산정책협의회 첫 회의를 오늘 경상남도와 갖는다. 통상 9월 정기국회때 국회에서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예산정책협의회를 통해 나오는 지역별 우선 사업을 조정하고 반영했는데 이번에는 3월까지 예산정책협의회를 미리 마친 뒤 정부의 예산편성 단계부터 여당이 적극 개입하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이럴 경우 재정에서 감당하기 힘든 대규모 지출 예산안이 짜이거나 비효율적인 지역 민원사업이 대거 포함될 개연성이 높으니 걱정스럽다.

정부의 예산 편성은 물론이고 대형 국책사업에도 절대로 지켜져야 할 철칙이 경제성이다. 물론 지역균형발전 등 정치적 요인도 추가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경제논리를 철저히 따라야 한다. 하지만 올 초부터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보이는 잇따른 행보에는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가 더 우선하는 기류가 역력해 유감스럽다. 총선에서 지역 민심을 끌어오겠다는 눈앞의 이해만 좇아 대형 국책사업에 예산을 남발하면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게 전가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신중한 행보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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