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모르고도 사용했지만 알고 나서도 사용했다는 것이 고객 응대 노동자들의 속사정이다. 사물에까지 경어를 붙여 말하는 것이 잘못인 줄 알면서도 무례한 고객에게 꼬투리를 안 잡히기 위해서다.
‘사물 존칭’이 퍼지게 된 것은 고객을 왕으로 모시는 과정과 무관치 않다. 고객 만족을 서비스의 최고 가치로 삼으면서 마구 쓰인 측면이 있다. 우리말에서 물건은 높임의 대상이 아니다. 선어말어미 ‘-시-’를 붙일 수 없다. “문의하신 상품은 품절되었어요”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처럼 표현하는 게 바르다.
말하는 이가 주어를 직접 높이는 게 아니라 주어와 관련된 대상을 통해 높이는 것을 ‘간접 높임’이라고 한다. 높임 대상의 소유물이나 신체 일부분, 관련된 사람을 높이는 방법이다. “선생님은 모자가 많으시다” “할머니는 발이 크시다”와 같은 표현이 해당된다. 이 간접 높임과 사물 높임은 다르다. “선생님은 모자가 많으시다”는 선생님의 소유물인 모자를 통해 주어를 높인 것으로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 “찾으시는 모자 있으세요”는 ‘모자’ 자체를 높이는 말로 어색하다.
직원이 손님에게 어떤 행동을 공손히 요구할 때 “자리에 앉으실게요” 등과 같이 말하는 것도 잘못된 표현이다. ‘-시-’는 ‘앉다’의 주체를 높이는 선어말어미다. ‘-ㄹ게요’는 말하는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는 약속이나 의지를 나타낸다. ‘-시-’와 ‘-ㄹ게요’를 어울려 쓰는 것은 어색하다. 자신이 자리에 앉겠다는 것인지, 상대에게 자리에 앉으라는 것인지 모호한 표현이 돼 버린다. “자리에 앉으실게요” 대신 “자리에 앉으세요” “자리에 앉으십시오” “자리에 앉으시기 바랍니다” 등으로 바꿔야 자연스럽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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