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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역삼~서울역 택시비 1만7900원서 2만300원으로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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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료 외 거리·시간요금도 인상

“800원 오른 게 아니네” 시민 당황

미터기 교체 안 돼 조견표로 계산

중앙일보

택시 기본요금이 인상된 지난 1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택시 안 미터기 옆에 요금조견표가 붙어 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4시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3000원에서 3800원으로 800원 인상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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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택시요금이 오른 첫날인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에서 개인택시를 탔다. 행선지는 서울역 앞이었다. 택시 안 미터기엔 기본요금 ‘3000원’이 떠 있었다. 대신 택시 안엔 미터기에 표시된 요금보다 얼마나 더 내야 하는지 알려주는 ‘요금 조견표’가 비치돼 있었다.

9.6㎞쯤 달려 서울역에 도착했을 땐 1만1300원이 표시됐다. 하지만 기사 조모(67)씨는 조견표를 보더니 신용카드 단말기에 추가 요금 1700원을 찍었다. 택시요금으로 1만3000원을 지불했다.

서울 택시요금이 2013년 10월 이후 5년4개월 만에 인상됐다. 일반택시의 기본요금(2㎞)은 주간 800원이 올라 3800원이 됐다. 심야(오전 0~4시) 시간대는 1000원 인상된 4600원이다. 거리·시간 요금도 인상돼 실제로 오른 액수는 이보다 더 많다. 주간의 경우 거리 요금은 10m 줄어든 132m마다 100원, 시간 요금은 4초 짧아진 31초당 100원이 부과된다. 야간엔 132m마다 120원, 31초마다 120원으로 조정됐다. 기사 조씨는 “(요금 인상) 첫날이라 깜빡 잊고 이전 요금만 받기도 했다”고 했다. 인상 요금을 반영하는 미터기 수리는 이달 18일부터 28일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16일 오전 4시 인상 시행 직전까지 옛 요금체계로 운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예상보다 큰 인상 폭에 당황해했다. 직장인 강동인(28)씨는 “지하철 신금호역에서 이곳까지 예전보다 1300~1400원쯤 오른 8900원을 냈다”면서 “기본요금 800원 인상이라고 해서 그 정도만 더 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뜻밖으로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56)씨는 “길이 많이 막히긴 했지만, 강남구 역삼동에서 서울역까지 인상 이전 1만7900원 보다 2400원 오른 2만300원을 지불했다”면서 “앞으론 택시 타기가 겁날 듯하다. 버스와 지하철을 주로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은 아직 미터기에 인상 요금이 반영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추가 금액을 카드 단말기에 입력하는데 시간이 지체돼 뒤따르던 차들이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택시기사 이소연(70)씨는 “손님과 뒤차 눈치가 보여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손님이 더 줄어드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택시업계에서는 요금 인상 후 첫 3개월 동안 승객이 감소한다고 본다. 17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택시정보시스템(STIS)에 따르면 요금 인상 전후인 2013년 10~11월 서울 법인택시(2만2000대)의 일평균 결제 건수는 10월 67만8000건에서 다음 달 67만4000건으로 0.6%가량 줄었다. 반면 일평균 결제 금액은 같은 기간 46억6200만원에서 49억400만원(5.2% 증가)으로 늘었다. 승객은 줄었지만 수입은 늘어난 것이다. 다만 승객 감소의 원인이 요금 인상에만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계절 변수 등이 있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분석을 해야 하는데 STIS는 2013년 구축돼 이전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번 요금 인상으로 인한 승객 수와 수입 변화 등을 산출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인상은 기사·승객 모두에게 불편한 기계식 미터기 방식을 고수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3년 요금 인상 때 서울시는 미터기 수리 지역 4곳을 지정했는데, 이곳에서 서울 택시 7만2000여 대가 장사진을 이뤄 교통 혼잡을 초래했다. 이 같은 방식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향후 ‘앱 미터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요금이 조정되는 시점에 새 요금체계가 자동 업그레이드되는 방식이다. 다만 미터기 수리와 검정 방식이 규정된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 중 새 미터기 기술을 ‘규제 샌드박스’에 신청해 채택되면 우선 일부 서울 택시에 시범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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