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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기자24시] 입맛에 맞는 경제학자 말만 들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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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경제학자들은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고 반대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갑자기 시선을 천장으로 돌리며 딴청을 피우더군요." 2014년 세계지식포럼 기조연설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경제학자의 한계를 지적하며 한 말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최근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최인·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정부 거시 경제성과의 실증 평가'를 통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GDP)·투자·고용 성장률이 전 정권 때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교수 제언은 "연구개발(R&D) 투자 분석이 필요하다. 정책 유효성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에 그쳐 구체성은 떨어졌다. 다른 교수들 주장도 "해외 이전 생산기지가 국내로 돌아오도록 경제적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와 재기 시스템 등을 고려해야 한다" 등의 수준이었다.

그럼 경제학자 이야기는 듣지 말아야 하나. 사르코지가 프랑스 역사상 31년 만에 연임에 실패한 대통령이 된 이유 중 하나는 경제 정책 실패다. 개혁 정책인 '사르코지즘'이 여러 저항에 부딪히자 적당한 타협으로 마무리되기 일쑤였고, 유럽 재정위기 같은 대외 악재까지 겹치며 좌초했다. 경제학자를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집단으로 취급한 사르코지의 경제 성적표가 초라했던 건, 해결책을 못 내놓는다고 해서 문제 제기조차 듣지 않은 결과였다.

한국의 청와대·정부에서 경제학자를 나무라는 소리가 적어도 공개적으로 안 들리는 건 전·현직 정책실장 등 대통령 경제 참모가 대부분 학자 출신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렇다고 다양한 의견을 두루 경청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혹시 "소득주도성장 목표인 소비 증가에 의한 소득 증가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흘려듣고 "1년 데이터만 가지고 정책 효과를 검증할 수 없다"는 얘기에만 고개를 끄덕이진 않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시·일용직뿐 아니라 상용직 일자리도 피해를 입었다"는 분석은 깎아내리고 "도·소매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 고용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만 신뢰하진 않나. 그게 J노믹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맞는 방식인가.

[경제부 = 이유섭 기자 leeyusup@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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