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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매경시평] 내수 활성화와 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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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연초부터 한국 경제의 수출 시장에는 불안한 조짐들이 보이고, 내수 시장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 경제의 연간 수출 규모는 2018년 6000억달러를 넘었지만, 연말부터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연초에도 하락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수출 물량은 8.4% 증가했지만, 반도체 및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지난 1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 줄었다. 설 연휴가 포함된 2월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내수 시장에서도 소비 침체 및 소비 심리 악화 현상이 매우 걱정스럽다.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지난 1월 97.5를 기록해서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69로 작년 1월 대비 무려 9포인트나 하락했다.

여러 가지 상황이 한국 경제를 당장이라도 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을 찾아내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 관점에서 한국 경제의 본원적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수출 시장과 내수 시장이라는 두 가지 대안 중에서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 방안들을 통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시장은 그래도 내수 시장이다.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건전한 가계 소비를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가계의 소비 활성화를 막는 가장 중요한 걸림돌은 막대한 가계 부채와 높은 사교육비 지출 비중이다.

가계 부채 총액은 2018년 기준으로 이미 1500조원을 넘어섰고,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 역시 97% 수준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나라와 달리 부동산 전세 시장에서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부채 역시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700조원이 넘기 때문에 가계 부채 총액은 어림잡아도 2200조원을 초과하였다.

실제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 부채를 보유한 가구 중에서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가구가 70%를 넘었다. 특히 원금 및 이자 부담 때문에 가계에서 저축과 소비를 줄이는 가구는 무려 80%에 달했다. 정부는 내수 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가계의 실질적인 소비 여력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사교육비 역시 가계의 건전한 소비를 저해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2017년 기준으로 초·중·고 학생 1인당 가계당 지출하는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5000원 정도다. 자녀 1명에 대해 고등학교 졸업 시점까지 12년 동안 무려 3960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국가 전체로는 연간 18조6000억원으로 우리나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2017년 전체 학생 수가 전년 대비 2.7%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오히려 3.1% 증가했다.

현 정부가 교육비 부담을 줄여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확충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소득주도성장론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교 무상교육'에 대해서도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9.7%의 응답자가 고등학교 무상교육 제도 때문에 늘어나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사교육비에 사용하겠다고 한다.

막대한 사교육비 지출은 공교육의 학습권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학원에서 진행하는 선행학습 때문에 공교육에 대한 몰입도가 낮아지고, 방과 후 혹은 야간 학원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학교 수업 시간에 잠을 자고 있다.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한국 부모들은 과연 의미 있는 투자를 하는 것일까? 불행히도 한국 청소년들이 삶에 대해 갖는 만족도는 54%로 OECD 평균인 85%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청년 실업률은 10%에 육박하고 있다.

내수 시장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무적 관점에서 소비 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부채 구조와 삶의 본질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교육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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