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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일사일언] '우리 오케스트라'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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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나웅준 트럼페터·'퇴근길 클래식 수업' 저자


네덜란드 콘세르트헤바우홀은 우리나라의 예술의전당 같은 곳이다. 그곳에 상주하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는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 축구로 치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소속인 FC바르셀로나 정도의 이름값을 자랑한다. 가끔 한국에도 와서 탄탄한 연주력을 보여주지만, 그들이 자신들 안방에서 하는 연주는 어떤지 궁금해 암스테르담으로 갔다.

도착하자마자 원하는 자리를 사려고 매표소로 갔지만 오픈 전이라 무작정 로비에서 기다렸다. 안내 직원이 다가와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등을 물었다. 그러고는 매표소가 언제 문을 여니 그전까지 둘러보고 오라며 홀 근처 볼거리와 맛집을 지도까지 그려가며 알려줬다. 유럽의 오케스트라는 좌석이 일찌감치 동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던지라 나는 그 직원에게 딴 사람이 먼저 내가 원하는 자리를 차지할까 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직원은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이며 나갔다 오라는 손짓만 했다.

시각이 되자 티켓 창구가 열리고 아까 그 직원이 날 불렀다. 그는 내가 원한 좌석의 티켓을 슬쩍 건네주면서 "우리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려고 이토록 노력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우리 오케스트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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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낯설면서도 묘했다. 관객들이 앞장서서 "우리 오케스트라"라고 부르는 단체가 과연 우리나라에도 있을까? 진정한 감동은 연주가 끝난 뒤였다. 청중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이미 수많은 무대에서 관객의 박수를 경험해본 나는 직감적으로 그날 박수에 담긴 뉘앙스를 알아챘다. 그건 연주가 좋아서 보내는 칭찬의 박수였지만, 최고의 연주를 들려준 '우리 오케스트라'에게 보내는 따뜻한 격려의 박수이기도 했다. 관객들은 연주도 연주이지만 자신들의 연주자, 즉 '우리 연주자'를 보러 왔던 것이다.

그 멋진 오케스트라를 보러온 '우리 관객'들에게 오케스트라가 준 마지막 선물은 교통비! 당일 음악회 티켓을 보여주면 집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공짜'였다.



[나웅준 트럼페터·'퇴근길 클래식 수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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