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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질문을 禁하고 충성 강요하는 국가를 고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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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이스라엘과 프랑스 양국에 큰 '스캔들'이 되지 않을까요? 영화 속 강한 분노와 적개심은 끈끈한 애착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합니다." 16일 오후(현지 시각) 제69회 베를린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곰상의 트로피는 이스라엘 감독 나다브 라피드의 '시너님스(Synonyms)'에 돌아갔다.

'시너님스'는 감독 자신이 이스라엘을 떠나 파리에서 주변인으로 생활하며 느꼈던 감정을 담은 자전적 작품이다. 이스라엘 청년 요아브(톰 메르시에)는 고국에 환멸을 느끼고 프랑스 파리로 도망친다. 파리로 온 순간부터 그는 모국어인 히브리어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프랑스 단어를 읊조리며 거리를 배회한다. "추악한, 혐오스러운, 고약한, 불쾌한, 가당찮은…" 같은 프랑스어를 더듬거리며 "이것이 이스라엘"임을 고발한다. 나다브 라피드 감독은 "이스라엘은 질문을 허락하지 않고 국민으로부터 완전한 사랑, 충성, 복종을 요구하는 국가"라고 했다. 자유를 보장하는 척하면서 강요하는 프랑스의 위선도 함께 꼬집었다. 감독은 "정체성이라는 감옥에 갇힌 우리의 모습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조선일보

프랑스 파리로 도망친 이스라엘 청년 요아브를 연기한 톰 메르시에. 연약하면서도 공격적인 불안한 상태의 인물을 완벽히 소화했다. 라피드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톰은 이 영화의 얼굴이자 몸이다. 당신은 기적이다”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SBS Fil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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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는 올해 개인의 삶과 그 속의 정치성에 주목했다. 중국 왕 샤오슈아이 감독의 '안녕, 아들아'는 남우·여우주연상을 모두 가져간 작품. 1970년대 문화혁명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급격한 변화를 겪은 부부의 삶을 조명했다. 심사위원 대상은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바이 더 그레이스 오브 갓'이 받았다. 소년 70여 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프랑스 신부의 만행을 고발했다. 실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으로 프랑스에서는 다음 주 개봉을 앞두고 논란이 뜨겁다.

한편 한국 영화진흥위원회는 베를린 영화제 기간 중인 지난 11일과 15일 '한국영화의 밤'과 '한국 영화 100년, 남북 영화의 만남' 행사를 개최했다. 15일 행사엔 독일 베를린 자유대와 함께 북한 영화인 3인을 초청했으나, 행사 하루 전 북한 측이 불참을 통보해 남북 영화인의 만남은 불발됐다. 베를린 자유대 이은정 교수는 "북측과 일하다 보면 항상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며 아쉬워했다.




[베를린=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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