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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2년째… 유치원은 되고 초등은 안되는 이상한 영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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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행으로 법안 통과 난항, 새학기 '방과후 영어' 사실상 무산

조선일보

올 3월 신학기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 후 영어 수업 재개가 사실상 무산됐다. 여야 대치로 2월 임시국회 개회가 불투명해지면서, 초등 1~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을 허용하는 공교육정상화법(일명 선행학습금지법) 개정안 통과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달부터 초등학교 1~2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영어 방과 후 수업을 하면 불법이 된다. 반면 유치원에서는 영어 수업을 허용한다. 유치원은 되고, 초등학교는 안 되는 영어 수업을 놓고 "어느 나라 교육정책이 이렇게 엉터리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 학기부터 가능하다더니…

교육부는 2014년 초등 1~2학년에 대한 영어 방과 후 수업 금지를 추진했다. 1~2학년 학생들이 방과 후 영어를 배우는 것이 '선행 학습'이라는 이유에서다.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교육부는 시행 시기를 3년 늦췄고, 지난해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방과 후 수업이 전면 금지됐다. 하지만 법 취지와 달리 초등 저학년의 영어 사교육비만 늘었다. 여기에 교육부가 2017년 12월 '유치원에서도 영어 수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학부모들이 "왜 영어 배우는 것도 정부가 못 하게 하느냐"고 반대한 것이다. 그러자 교육부는 '유치원 영어 방과 후 금지를 보류하겠다'고 한발 물러섰고, 지난해에 '유치원은 영어 수업 허용, 초등 1~2학년은 금지'라는 이상한 시스템을 운영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유치원 영어 방과 후 수업 금지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초등학교 영어 수업도 허용하겠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당장 새 학기부터 초등 1~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유치원과 달리 초등학교 영어 수업을 허용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했다. 하지만 여야 갈등 등으로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등학교는 안 되고, 유치원은 되는 이상한 영어 교육'이 이어지는 것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새 학기부터 방과 후 영어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학부모들에게 말해왔지만 결과적으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유치원만 허용, 초등학교는 불법

대부분 초등학교는 현재 1~2학년을 제외하고 3~6학년만을 대상으로 영어 방과 후 수업을 편성한 상태다. 통상 초등학교는 1개 학기나 1년 단위로 방과 후 수업 편성을 한다. 만약 2월 말에 임시국회가 열리고 개정안이 통과돼도 당장 새 학기에 방과 후 영어 수업을 개설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2월이든 3월이든 임시국회에서 법안만 통과하면 바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당장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1학기에는 영어 방과 후 수업을 개설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입학 예정 자녀를 둔 학부모 강모씨는 "아이를 영어 학원에 보내기로 했다"며 "학기 중간에 방과 후 영어 수업을 시행한다고 해도 당장 참여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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