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펩시·네슬레 "100% 재활용 가능한 병 도입하겠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페트병 재활용 현장 가보니

대형 캐비닛만 한 기계 2대가 굉음을 내며 쌀알만 한 플라스틱 조각을 마대 자루에 쏟아냈다. 이곳은 미국 앨라배마주 소도시 에선스에 있는 페트병 재활용 업체 커스텀폴리머스페트사(社). 바이런 가이거 대표가 11일 본지 기자를 안내하며 "페트병 조각에서 오염물을 걸러내는 분류기"라며 "대당 100만달러(11억원)짜리 고가 장비지만 재활용 페트병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페트병을 가공해'페트 플레이크'라는 페트병 원료를 만들어 시장에 되판다.

미국 재활용 시장이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넓은 국토 덕에 폐기물 매립 공간이 많아 재활용에 관심이 적었다. 요즘은 다르다. 소비자들이 '재활용 가능한 착한 제품'을 요구한다. 지난해 펩시콜라, 네슬레 등이 2030년까지 100% 재활용이 가능한 패키징을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도 그래서다. 코카콜라도 같은 기간 자사에서 판매한 모든 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페트병 재활용률은 2016년 28.4%에서 2017년 29.2%로 오르는 추세다.

조선일보

미국 재활용 회사 ‘커스텀폴리머스페트’사의 바이런 가이거 대표가 11일 앨라배마주에 있는 공장에서 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이 업체는 버려진 페트병을 가공해 페트병 원료로 쓰이는 ‘페트 플레이크’를 만들어낸다. /김효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새 페트병을 생산할 때 재활용품인 페트 플레이크를 원료로 쓰는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생산 단계부터 100% 재활용이 가능한 페트병을 만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플라스틱재활용업체협회(APR) 존 스탠디시 기술위원장은 "재활용이 가능한 투명한 맥주 페트병, 병과 동일한 페트 재질이라 뗄 필요가 없이 재활용이 되는 에코라벨 등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커스텀폴리머스페트는 페트병 원료를 하루 90만t 생산하는 미국 7위 업체다. 이 업체의 고민은 '어떻게 페트병 재활용률을 높일까'와 '어떻게 재활용이 가능한 페트를 더 많이 모을까'다. 가이거 대표는 "처음부터 재활용이 잘 되는 형태로 제품을 생산한다면 현재 65%에 불과한 재활용률을 10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재활용 페트 원료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폐(廢)페트병을 더 많이 구하기 위해 미국 내 매립되는 페트병을 더 많이 모아들이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우리 분위기는 미국과 상반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폐페트병 수출량은 2017년 7만1133t에서 지난해 3만1841t으로 반 토막 났다. 우리는 그동안 국민이 버린 페트병 상당 부분을 중국에 폐플라스틱으로 수출해왔는데, 중국 정부가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령을 내리면서 그 길이 좁아진 것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폐페트병 수입량은 2017년 3만650t에서 지난해 8만1477t으로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국내 폐기물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페트병의 라벨 제거가 어렵고,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재활용 업체들이 국내 페트병은 방치하고, 그 대신 미국·일본·EU산 페트병을 사서 페트 원료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한 폐기물 처리 업계 관계자는 "재활용 공정에 잘 맞는 페트병이 늘어나도록 법을 고치고,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률을 높이는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에선스=김효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