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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유료방송업계 최대 경쟁자는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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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넷플릭스가 국내 투자로 제작한 드라마 킹덤. /넷플릭스




국내 유료 방송 업계는 신규 경쟁자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의 급부상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OTT는 인터넷 접속된 TV나 PC, 스마트폰에서 영화나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을 '다시 보기' 형태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업체인 미국의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는 매월 1만원대 요금을 내면 영화·드라마 같은 영상 콘텐츠 수만 편을 인터넷망으로 볼 수 있다. 전 세계 1억390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는 3년 전 우리나라에 진출한 뒤 벌써 100만 명 안팎의 이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료 방송 1위인 KT의 가입자 926만 명(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 가입자 포함)의 10분의 1 수준에 육박한 것이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최근 1년 만에 가입자를 4배나 늘렸는데 이런 추세라면 3~4년 내 전체 방송판을 흔들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에 대항할 토종 경쟁자를 만들기 위한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SK텔레콤는 올 상반기에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가 운영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옥수수를 떼어내, KBS·MBC·SBS 지상파 3사가 공동 운영하는 '푹'(Pooq)과 통합할 계획을 지난 1월 발표했다. 신설 통합법인을 설립한 뒤 외부에서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본격적으로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를 계기로 CJ그룹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과 콘텐츠를 제휴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렇게 넷플릭스의 등장에 유료방송 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코드 커팅(code cutting·TV 선 자르기)' 때문이다. 코드 커팅은 케이블TV 같은 유료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넷플릭스와 같은 신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에선 지난해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5100만명)가 케이블 가입자(4800만명)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2007년 미국 시장에 넷플릭스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지 11년 만이다.

아직 국내에선 저렴한 유료 방송 요금을 이유로 코드 커팅 현상이 심각하진 않은 상황이다. 미국 유료 방송 월 요금이 보통 50~100달러로 비싼 반면, 국내 요금은 보통 1만~2만원대다. 작년 11월 CJ ENM이 자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이용자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90%가 여전히 TV를 유지하며 유료 방송에 가입해 있을 정도로 이탈 현상이 심각하진 않았다.

방송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 콘텐츠 제작비로 연간 8조원을 뿌려대는 넷플릭스의 공격적 투자 앞에 미국과 유럽 유료 방송 업체들이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며 "국내 유료 방송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에만 안주하다가는 결국 이들처럼 시장을 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기문 기자(rickym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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