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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남쪽으로 튀어] 보물섬 남해…그 쪽빛 바다에 흠뻑 물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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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가천 다랭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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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신선이 노니는 섬(一點仙島)'으로, 요새는 보물섬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신선의 땅이든 보물섬이든 보고 즐길 게 많다는 뜻 일 테니 한 번쯤 꼭 가보고 싶다는 욕구가 저절로 생긴다. 경상남도 남해 얘기다.

남해로 떠나기 전 꼭 봐둬야 할 것이 있다. 지도다. 종이 지도가 없다면 인터넷 지도를 펼쳐도 상관없다. 마치 나비가 날갯짓하는 듯한 모양새를 지닌 남해의 지형을 미리 기억해두면 여행하는 내내 더 흥미로울 테니 말이다.

남해의 빗장은 대개 남해대교를 건너는 것으로 푼다. 남해대교의 끄트머리에 다다르면 소녀의 양 갈래 머리처럼 길이 나뉜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이순신 장군의 사당인 충렬사가 있는데 꼭 밤낮으로 한 번씩, 두 번 가보길 추천한다. 충렬사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충렬사 앞에서 바라보는 남해대교의 전경이 단연 최고이기 때문이다. 낮에는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밤에는 아른아른 불빛을 뽐내며 아름다움을 배가한다.

남해대교 아래를 유유히 때로는 거세게 몰아치는 바다가 그 유명한 노량해협이다. 조선시대 때 '화전별곡'의 김구, '구운몽'의 김만중 등이 노량해협을 건너 유배왔고,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이자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며 순국한 충무공의 정신이 바로 이곳에 서려 있다.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남해를 대표하는 풍광이 펼쳐진다. 몽돌해변과 응봉산을 지나면 보이는 가천 다랭이마을이다. 마을 입구 쪽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산과 마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해발 500m 가까이 되는 설흘산과 응봉산의 급격한 산비탈에 만들어 놓은 100여 층의 곡선형 계단식 논이 '아~'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동남아의 한 마을을 보는 듯 이국적 풍광에 연신 셔터 누르기 바빠진다.

다랭이마을에서 나와 30여 분 동쪽으로 내달리면 신전삼거리 일대를 지난다. 이곳이 나비의 몸체에 해당하는 남해의 정중앙이다. 여기서 오른쪽 날개 쪽으로 넘어가면 남쪽으로 두모마을 지나 상주은모래비치에 닿는다. 이름처럼 은빛 모래가 반짝이는 상주은모래비치는 여름이면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을 정도이다. 금산 자락에 파묻힌 초승달 모양 백사장 뒤로 아름드리 곰솔이 기다랗게 숲을 이룬다. 백사장과 솔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걷다 보면 시원한 바닷바람이 간질인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해변답게 크고 작은 섬이 펼쳐지는 바다 풍경은 덤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 미조항을 지나면 물미해안도로다. 남해의 가장 동쪽 해안으로 따르는 길로, 코너를 돌 때마다 바다가 차 안으로 파고든다. 핸들을 놓치면 그대로 쪽빛 바다에 풍덩 빠질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오른쪽으로 계속 따라오던 마안도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물건리 방조어부림에 닿는다. 이곳은 바닷가의 울창한 숲이다. 팽나무, 말채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등 활엽수와 상록수인 후박나무가 가득하다. 길이 1500m, 너비 30m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숲은 바닷바람과 조류를 막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했다.

마을 뒤편 언덕으로 차를 몰면 1960년대에 산업 역군으로 독일에 파견된 동포들이 귀국해서 정착한 독일마을이 나온다. 실제 독일의 작은 마을을 그대로 남해로 옮겨다 놓은 듯 오렌지빛 지붕의 집들이 수십 채 도열해 있다. 마을을 등지고 눈을 조금 멀리 두면 쪽빛 남해가 아른거린다. 붉은 지붕과 쪽빛 바다의 조화는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기분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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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편백자연휴양림


독일마을에서 다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남해 편백자연휴양림이 있다. 휴양림에는 편백과 삼나무가 2.27㎢(약 69만평)에 걸쳐 빽빽이 하늘로 치솟아 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기의 질, 밀도에서 확연히 차이가 있다. 청정에 피톤치드가 얹어져 '맑음' 그 자체다. 요즘같이 미세먼지 등 때문에 맑은 공기가 그리울 때 그만이다. 다만 워낙 피톤치드 삼림욕으로 유명해 하루 최대 1000명만이 들어갈 수 있는 만큼 미리 확인하고 방문해야 한다.

휴양림에서 북쪽으로 오르면 창선교 방면을 지난다. 이때 다리 아래로 지나는 지족해협에 죽방렴의 대나무 발 그물이 대규모로 널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죽방렴은 남해안의 좁은 수로에서 멸치를 잡는 데 쓰이는 어법이다.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는 죽방멸치라고 해서 최상품 대접을 받는다. 무엇보다 신선도가 높고 비늘이 다치지 않아 비리지 않고 고소한 맛이 진하다. 창선교 아래 지족항에는 길이 100m, 폭 2m 도보교와 관람대가 있어 죽방렴의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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