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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학기 중 ‘근무지 외 연수’ 두고 서울시교육청 부서별 엇박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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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공문에선 학기 중엔 안 돼 명시

하지만 일주일 후 ‘가능하다’고 공문 발송

학교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냐” 혼란 커

중앙일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신규 일반직공무원 공직적응과정 연수'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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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 일반고의 A교장은 지난달 2일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로부터 공문 한장을 받았다. 학기 중에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했다 적발된 학교 사례와 함께 교직원의 복무관리에 신경 써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따른 근무지외 연수의 업무처리요령’에 따라 시험 기간이나 체험학습의 날에는 근무지외 연수를 사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가량 지난 후 A교장은 시교육청 중등교육과에서 이전과 다른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시험 기간 중에 근무지외 연수를 하려면 부서별로 연수계획서를 작성해 학교장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으라는 설명이었다. 사실상 학기 중 근무지외 연수를 허용하는 것으로 앞서 보낸 공문과 배치된다. A교장은 “교육청 방침이 일주일 간격으로 오락가락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당장 3월부터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교사들한테 근무지외 연수를 어떻게 설명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내에서 근무지외 연수에 대한 해석이 엇박자가 나면서 학교 현장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교원들이 시교육청의 지침을 따랐다가 감사에서 적발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근무지외 연수 관련 공문을 보낸 시교육청 내 부서는 감사관실과 중등교육과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감사관실은 근무지외 연수를 휴업일로만 한정한 반면, 중등교육과는 시험기간 등 학기 중에도 가능하다고 했다. 감사관실은 보통 학교 학교 등 서울시교육청 산하 기관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법률 위반 공무원에 대해 처분을 결정하는 부서다. 중등교육과는 초중고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고 교원 인사관리를 담당한다.

공문 발송 후 학교별로도 근무지외 연수를 해석하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장은 “지금까지는 근무지외 연수가 방학 같은 휴업일에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교육청 공문을 받은 후 시험 기간이나 소풍 때도 쓸 수 있다고 이해했다. 교사들이 수업 외 시간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환영했다. 반면 또 다른 교장은 “교육부에서는 학기 중에 근무지외 연수를 허용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교육청의 방침을 믿고 따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의견이 일치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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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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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지외 연수의 근거가 되는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연수기관 및 근무장소 외에서의 연수)는 교원이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교를 벗어나서 연수를 받는 게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는 방학이나 재량휴업일 등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날을 의미한다. 근무지외 연수 자체가 교사들이 방학을 이용해 교과 지도와 교재연구 등 다음 학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근무지외 연수와 관련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 대한 해석이 다른 것은 물론, 방학 중 근무지외 연수만으로도 교육계 의견대립이 컸던 게 사실이다. 방학 중에 근무지외 연수를 핑계로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 교원들을 대해 행정직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런 상황에서 시교육청 내에서도 근무지외 연수에 대한 해석마저 엇갈려 현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배포한 업무행동요령에는 학기 중 근무지외 연수가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니 교육청이 교육부의 지침을 어기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도 시험 기간에 교사들이 일찍 퇴근해 부장들이 채점하느라 애먹는다는 얘기를 들려오는데, 학기 중 근무지외 연수를 허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정자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따른 근무지외 연수는 ‘휴업일’에 실시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하지만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따라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자기계발을 하려는 교원들의 욕구가 강한만큼 근무지외 연수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월 초에 열리는 시도담당자 회의에서 근무지외 연수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덧붙였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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