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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사립유치원 맞춤형 '에듀파인' 첫 공개…"회계 부정·비리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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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문영재 기자, 이해인 기자] [(종합)교육부, 에듀파인 시연회…한유총 "25일 국회서 대규모 집회"]

머니투데이

18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사립유치원에 도입되는 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 시연회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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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일부터 원아 200명 이상 대형 사립유치원에 적용되는 '사립유치원 맞춤형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이 18일 공개됐다.

교육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에듀파인 시연회를 열고 사립유치원에 맞게 기능을 개선한 시스템을 선보였다. 에듀파인 도입은 교육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사립유치원 종합대책) 가운데 하나다. 에듀파인 개통 대상은 15일 기준 대형 사립유치원 581곳과 에듀파인 도입을 희망하는 유치원 105곳 등 총 686곳이다.

◇39억들인 新에듀파인 살펴보니= 교육부는 유치원 예산편성 일정을 고려해 19일부터 예산편성 기능은 먼저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수입·지출 기능은 올해 유치원 회계가 시작되는 다음 달 1일 공식 개통할 예정이다. 결산·클린재정 기능은 오는 4월 오픈한다.

이날 공개된 에듀파인은 사립유치원 회계규정인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의 세입세출 항목에 따라 예산편성과 집행이 이뤄지도록 기능이 개선됐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사립유치원 에듀파인은 사업현황·예산편성·수입관리·지출·결산 등 5개 필수기능과 클린재정·세무관리·재정분석 등 3개 부가기능을 지원한다. 국공립유치원·사립학교용 버전은 핵심기능이 12개다.

예산편성에서는 유치원들이 엑셀 문서에 더 친숙하다는 점을 고려해 예산 계획을 담은 엑셀파일을 업로드하면 자동으로 예산편성에 적용되도록 했다. 엑셀 파일은 교육부에서 제공한 전용 서식에 맞춰야 한다. 수입관리에서는 사립유치원이 학부모 분담금과 정부 지원금 등 다양한 경로의 수입이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해 항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지출에서도 사용처·거래처를 명확히 밝히고 원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임의 수정·삭제가 불가능 하고 모두 전자 기록되는 만큼 편리하면서도 투명한 회계 관리가 가능할 전망이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사립유치원 에듀파인은 보조금·지원금과 수익자부담금 등 재원에 따라 세입세출 예산을 편성, 수입·지출 관리를 할 수 있어 유치원 재원에 따른 집행현황 관리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국고지원금인 누리과정 교육비와 현장체험학습비·졸업앨범비·원복비 등 학부모부담경비를 혼용·집행하는 관행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별유치원 행정처분 강화보다 협의 방안 고민"= 에듀파인은 또 △원아별 수입 징수내용(미납액·과오납액 등) 관리 △스쿨뱅킹 등 전자적 수입 관리 △등록 거래업체를 통해 지출 △거래장부·서류 저장 등의 기능이 있어 부정거래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교육부는 특히 '클린재정' 기능을 통해 유치원 회계 사고를 차단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기능은 회계업무 절차상의 오류 등 회계 사고 유형을 시나리오(20여개)로 제공하고 회계사고로 의심되는 사용패턴을 월 단위로 분석·확인할 수 있다. 오류 알람 기능도 제공된다. 교육청은 이 기능에 따라 효과적인 감사도 가능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에듀파인 사용자 교육을 위해 134명의 대표 강사를 구성, 회계 및 사용법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방침이다.

설 국장은 "에듀파인에 대한 오해가 많은데 지출 시 교육청 등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거나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건 거짓"이라며 "유치원이 신뢰도를 확보하고 동시에 회계 업무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맞춘 프로그램으로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보완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에듀파인 도입 거부 유치원에 대해 행정 처분을 강화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법제 심사 중이지만 개별 유치원에 처분을 내리기보다 협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유총, 25일 국회서 대규모 집회…"학부모·아이들이 볼모냐" 비판= 교육부가 에듀파인 도입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과 달리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에듀파인이 사립유치원 실정에 맞지 않는다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제대로 운용될 지는 미지수다. 한유총은 교육부가 20일까지 면담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25일 서울 국회 앞에서 2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한유총이 에듀파인 도입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건 사립유치원이 원장(설립자) 재산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지금까지 개인사업자로 유치원 운영에 대한 모든 결정 등 권리를 행사했지만 에듀파인을 도입할 경우 '유치원 오너'로서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고 정부에 종속된 채 집행관리자 역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김철 한유총 정책홍보국장은 "정부가 에듀파인 가입을 압박하고 있지만 '처음학교'로 가입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유치원 온라인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에 참여하기로 한 사립유치원은 전국적으로 546곳(56.54%)이다. 전년(2.7%)보다 크게 늘었지만 대형 사립유치원들이 처음학교로에 불참하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 유치원 입학에 적잖은 혼란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예산사용에 따른 불만과 별도 인력운영에 대한 불편함 등을 들어 사립유치원들이 에듀파인 도입을 거부하고 있다며 정부와 사립유치원의 갈등이 커질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당장 유치원대란 사태가 발생하진 않더라도 정부와 사립유치원 간 갈등이 장기화하고 문 닫는 사립유치원이 많아지면 애꿎은 학부모·원아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며 "사립유치원 휴폐원이 크게 늘면 원아 수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현재 휴폐원을 신청한 사립유치원은 모두 148곳으로 집계됐다.

세종=문영재 기자 jw0404sh@mt.co.kr, 이해인 기자 hi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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